솔직히 말하면 신사라는 칭찬을 듣는 바람에 콧대가 좀 높아진 것 같다. 괜히 영국 신사인 007의 행동과 말투를 공부하게 되고 옷차림부터 자세, 포도주 등등 별걸 다 연구하게 됐다. 어떤 바지에 어떤 셔츠가 어울리며,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옷을 어떻게 입으면 캐주얼하면서도 깔끔해 보이는지 등등 여러 가지를 갑자기 생각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과 차를 빌려 산으로 나들이를 갔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었다. 그곳을 출발하면서 근처 어두운 골목길에서 남루한 차림의 여성이 혼자 뭔가에 취해 이상한 표정을 지은 채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우리는 별 관심 없이 그곳을 떠났다. 그날 밤 호텔 침대에 누웠을 때 그 여성이 떠올랐다. 라스베이거스 시내에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거의 안 보였지만 그 여성은 심하게 가난에 찌든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 멀었구나.”
구두가 아무리 깔끔해도, 셔츠가 제아무리 말끔해도, 여성에게 아무리 문을 많이 열어 줘도 바로 옆에 있는 어려운 사람을 돕지 않고 지나친다면 신사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는 깨달음이었다. 진짜 신사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다니엘 린데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