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천안시에 따르면 시는 이달 초 호수공원 조성 사업 검토를 맡은 건설업체로부터 사업 관련 용역 연구보고를 받았다. 사업비로 2000억원이 필요하고 수질 정화와 시설물 관리에 매년 11억~16억원이 들어간다는 내용이다. 천안시는 보고를 받은 뒤 지난 5일부터 19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벌였다.
농로 확장 등 뒷전, 공약 사업 강행
호수 조성 전제 시민 설문도 논란
청주시 추진 435억 세종대왕 사업
감사원 “관광객 수 과도 추정” 지적
시민들은 반발했다. 천안아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병인 사무국장은 “당장 가뭄 해소가 절실한데 호수공원을 만들겠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호수공원이 아니라 장기적인 물 부족 해결 사업부터 추진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수천만원이면 해결되는 안전 관련 사업은 하지 않으면서 2000억원짜리 사업을 추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안시는 성남면 대정리 주민들이 3년째 건의해온 농로 확대·포장 사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예산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정리의 한 주민은 “농로 폭이 1m도 안돼 농기계 바퀴 한 쪽은 밭에 내려놓은 채 기우뚱한 모습으로 운전을 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언제 농기계가 뒤집힐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은 제쳐두고 수천억원짜리 호수공원을 짓는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대정리 농로 확대·포장 예산은 3000만원이다. 이 마을을 포함해 성남면에서는 5개 마을이 농로와 하천을 정비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여기에 필요한 예산은 총 1억5000만~2억원. 하지만 천안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사업비를 주지 않았다. 올해 시가 편성한 지역 주민숙원사업 예산은 376건 57억7500여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3억5800여만원(120건) 줄었다.
◆435억원짜리 세종대왕 사업도 제동=충북 청주시는 청원구 초정리 초정약수 일대를 관광지로 만들려다 감사원의 제지를 받았다. 관광객 유치 가능 수치를 부풀렸다는 이유에서다. 감사원은 “표준에 따라 산출한 관광객은 연간 10만~16만 명인데 청주시는 여기에 중국 관광객 20만 명이 더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관광객 수가 과도하게 추정된 만큼 사업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초정약수 관광지 개발은 세종대왕이 눈병을 치료하기 위해 머물렀던 행궁(3620㎡)을 복원하고 7만㎡ 크기의 ‘치유의 숲’ 등을 조성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당초 2019년까지 435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청주시는 “감사원 지적에 따라 행궁만 짓는 쪽으로 사업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천안·청주=강태우·최종권 기자 kang.tae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