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유경민(42·경기도 분당)씨는 반려견 ‘마일로’(4·잭러셀테리어)에게 건사료(과자같이 바삭바삭하게 마른 사료)만 먹여 왔다. 습식사료(참치처럼 고기를 그대로 넣은 사료)는 칼로리가 높고 주식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편견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 습식사료가 강아지 건강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건사료와 습식사료를 섞어 먹이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마일로는 사료를 맛있게 잘 먹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일로는 전보다 눈에 띄게 잘 뛰어다니고 털도 매끄러워졌다.
반려견 먹이 고르기
그런데 흔히 ‘건사료가 강아지의 주식이고, 습식사료는 간식에 지나지 않는다’고들 여긴다. 하지만 수의사 서상혁 VIP동물병원장은 “습식사료가 주식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은 사료에 대한 오해”라고 설명했다. 건사료나 습식사료는 수분 함량 정도만 다를 뿐 주식이냐 간식이냐를 구분하는 기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서 원장은 “건사료든 습식사료든 모두 강아지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골고루 포함하고 있는 균형잡힌 사료”라고 말했다.
특히 습식사료는 강아지에게 수분을 공급해 주고 체중 관리에도 도움을 준다. 서 원장은 “주식용으로 만든 고품질의 습식사료를 잘 골라 먹이면 칼로리가 낮고 수분 함량이 높다”고 조언했다.
식감 촉촉해 잘 먹어
사람처럼 강아지에게도 비만은 만병의 원인이다. 비만은 만성 염증, 당뇨병 같은 대사성 질환, 근골격계 및 심혈관계 질환을 부른다. 강아지가 매일 먹는 사료의 칼로리를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습식사료의 칼로리는 같은 무게 건사료의 25%밖에 안 된다. 부피도 커서 배가 쉽게 부른다. 이 때문에 살찐 강아지의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미국·유럽의 수의학 학자들은 ‘과체중 강아지’의 체중 관리를 위해 습식사료를 적극 권장한다. 수분은 강아지의 몸을 구성한다. 갓 태어난 강아지(신생견) 몸의 70~80%가, 어른 개(성견)는 50~70%가 수분으로 이뤄져 있다. 강아지 몸에 수분이 부족하면 피부·신장·심장 등 기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 원장은 “특히 건사료만 먹는 반려동물 중 만성적인 수분 부족 증상이 발생하기 쉽다”고 경고했다. 피부질환·요로결석도 잦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식습관을 개선해 주거나 수분을 충분히 함유한 사료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한 이유다. 수분 함량(5~10%)이 적은 건사료보다 80% 정도의 수분을 함유한 습식사료가 강아지의 수분 균형을 돕는다.
수분이 70~85%
칼로리는 건사료의 25%
영양소 골고루 들어
건사료와 반씩 섞어 먹이면 좋아
평소 강아지가 물을 잘 마시지 않는다면 음식물을 통해 수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 있다. 날씨가 덥거나 수분이 빨리 손실되는 따뜻한 실내에서 생활할 때 수분이 충분한 습식사료를 섭취하면 피부·털의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도록 돕는다.
강아지는 본능적으로 씹고 물고 빨고 찢는 식이습성을 갖고 있다. 습식사료는 실제 육류·어류 등이 가공돼 건사료보다 강아지의 식이습성을 만족시켜 준다. 서 원장은 “강아지가 대체로 건사료보다 습식사료를 좋아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습식사료는 첨가제·조미료를 가능한 한 넣지 않고 품질 좋은 재료를 최적의 가공법으로 소화·흡수율을 높인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서 원장은 “강아지 사료는 영양 균형, 칼로리, 수분 섭취, 기호성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습식사료를 건사료와 한 그릇에 섞어 먹이거나 건사료와 습식사료를 교차로 먹이는 방법도 좋다”고 추천했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시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