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액공제는 소득의 크기와 관계없이 일률적인 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고액 기부일수록 혜택의 감소 폭이 커진다. 예컨대 종합소득이 7000만원인 A씨가 법정기부단체에 350만원을 기부했을 때 종전에는 소득세율 24%가 적용돼 84만원을 돌려받았다. 그러나 세액공제가 시행되면서 소득에 관계없이 기부금 3000만원 이하에 대해서는 기부 액수의 15%가 일괄공제 됐다. 이에 따라 돌려받는 돈은 52만5000원이다. 소득공제 때보다 30만원 넘게 공제 혜택이 줄고 차이만큼 세금 부담이 뛰는 결과가 나타났다.
고액기부자가 느끼는 체감 강도는 더욱 커진다. 종합소득이 5억원인 C씨가 1억원을 기부했을 때 소득공제는 최고세율 38%가 적용돼 3800만원을 돌려받았다. 주민세(소득세의 10%)까지 고려하면 환급액은 4180만원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세액공제가 적용되면 세금 부담액이 껑충 뛴다. 3000만원 이하에 대해 15%가 적용돼 450만원을 돌려받고 3000만원 초과분(7000만원)에 대해 25%가 적용돼 1750만원을 돌려받는다. 모두 합하면 2200만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주민세 절감액까지 고려해도 환급액은 2420만원이다. 소득공제 때보다 1760만원이 줄어드는 셈이다. 환급 받을 수 있는 돈이 줄어드는 만큼 기부 유인도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기부 막는 역주행 세제 바꾸자 확산되던 나눔문화 급제동
세제 안 흔들고도 나눔 확대 가능
연 1000만원 내다 중단한 독지가
“공제 방식 정상화되면 다시 기부”
기재부는 공제율 올리는 데 난색
정부는 이미 세제를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꾼 만큼 기부만 소득공제 방식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세액공제 방식을 그대로 두더라도 현재 3000만원 위에 고액기부 구간을 신설해 더 높은 세액공제율을 적용하는 방법으로 세제 혜택을 늘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현재 3000만원 이하 15%, 3000만원 초과 25%로 2단계인 세액공제율 구간을 3단계로 늘려 고액 기부에 38% 공제율을 적용하면 과거와 비슷한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고액기부자 배씨는 “지금은 기부액을 확 줄였지만, 앞으로 공제 방식이 정상화하면 다시 기부액을 늘릴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세액공제율을 높이고 고액 기부의 기준도 600만원으로 낮춰서 세액공제율을 38~50%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돼 있다.
복잡한 기부 관련 세제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문성훈 한림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행 기부 공제제도는 이월공제 등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면이 너무 많다”며 “세제 혜택을 대폭 간소화해 기부자가 얼마를 기부하면 어느 정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피부로 느끼게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요지부동이다. 기부금에만 공제 혜택을 늘려주면 의료비나 교육비 등 다른 항목과의 형평이 깨져 자칫 세제의 틀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현재로선 정부가 법 개정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기부금 공제를 확대하는 법안이 의원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된 만큼 심의 과정에서 이 부분을 함께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동호 선임기자, 김원배·조현숙·하남현·이승호 기자 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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