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까지는 칠산바다(전라도 영광과 부안까지의 바다)에 봄이 오면 조기 파시(波市)가 열렸다. 이젠 옛날 얘기다. 어선 대형화와 어획 도구 발전이 남획으로 이어져 서해 조기가 사라졌다. 이제 영광의 굴비 생산자는 겨울이 되면 목포로, 제주로 향한다. 먼 남쪽 바다에서 월동 중인 조기를 잡아 오는 선단을 기다린다.
한국의 명품 식재료 <1> 보리굴비
냉장·냉동고의 보급은 소금 역할을 축소하고 굴비 가공에 변화를 줬다. 소금은 간이 살짝 밸 정도만 치고 냉동 보관을 한다. 숙성 향이 굴비에 밸 틈이 사라졌다. 건조라기보다 신선한 조기에서 수분을 빼는 정도다.
간간한 염도에 살집이 있는 굴비를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갓 지은 밥에 올려 맛있게 먹는다. 그게 굴비 맛인 줄 안다. 미안스럽게도 그 맛은 하루 정도 말린 참조기의 맛이다. 옛 맛의 관점으로 본다면 영광굴비는 이름만 남았다.
영광에서 생산되는 굴비 중에서 12월에서 3월까지 말리는 굴비가 있다. 일명 ‘보리굴비’다. 예전에는 음력 3~4월에 잡은 조기가 건조가 될 즈음이 보리 수확 시기와 맞아 떨어졌다. 냉동 시설이 없던 시절이라 겉보리를 채운 항아리에 굴비를 보관했는데 그때 생긴 별칭이다. 지금은 대부분 겨울 해풍에 말린다. 서쪽에서 부는 해풍에 조기 수분이 증발되고 살이 품은 지방과 단백질은 2~3개월에 걸쳐 맛이 응축된다.
몇 년 전에는 영광 법성포를 가거나, 전라도의 이름난 한정식 집을 가야 보리굴비 맛을 봤다. 지금은 서울 등 대도시에서 손쉽게 찾을 수가 있다. 보리굴비 정식을 내는 곳은 상황에 따라 두 가지로 낸다. 참조기를 말린 것과 부세를 말린 것이다. 점심 특선으로 판매되는 보리굴비는 대부분 부세 말린 것을 쪄서 낸다. 부세는 조기와 같은 민어과 생선으로 참조기는 아니고 사촌 정도다. 부세는 전량 중국에서 들어온다. 선어 상태에서 부세를 참조기와 비교하면 맛이 떨어진다. 하지만 부세를 2~3개월 말리면 참조기보다 낫다. 말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이노신산 등 맛 성분은 똑같이 응축되는데 같은 가격의 참조기보다 살집이 좋다. 말린 참조기는 200g에 불과하지만 부세는 평균 300g 정도 나간다. 크기가 실한 굴비가 나온다면 부세라 보면 된다.
영광 법성포에는 300여 명의 생산자가 있다. 겨울에 보리굴비를 건조하는 곳이 해마다 늘어난다. 하루 말린 굴비도 여전히 생산되지만 진짜배기 굴비(참조기·부세)를 만드는 곳이 늘고 있다. 보리굴비는 건조를 했기에 딱딱하다. 그래서 보리굴비는 굽는 게 아니라 쪄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보리굴비는 근처 대형 매장이나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중량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지만 말린 부세 10마리에 할인점 기준으로 5만원 정도 한다. 3인 가족이 두 마리 정도 요리하면 맛있게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삼겹살 500g과 비슷한 비용이다.
김진영 (여행자의식탁 대표, 식재료 연구가)
음식 상식 햅쌀이 더 맛있는 이유
과일의 껍질을 벗겨놓으면 공기 중 산소와 만나 산화하면서 신선한 맛이 떨어진다. 쌀도 마찬가지다. 도정해 표피를 벗긴 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산성을 띠게 된다. 햅쌀로 지은 밥이 더 맛있는 이유다. 묵은쌀로 밥을 지을 땐 청주나 식용유를 3~4방울 떨어뜨리면 윤기가 흐르고 냄새가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