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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의 경제, 오랜 사업 노하우·시스템 필수 … “특혜 논란은 사업 속성 모르는 것”
연말에 면세점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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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따르면 면세업은 규모의 경제가 크게 좌우하는 사업이다. 이에 따라 메이저 중심의 과점 구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면세 시장에서 도태된 사례를 보면 대부분 자체적으로 규모를 키우지 못했거나, 차별화된 소싱 역량을 구축하지 못한 업체들이다. AK면세점은 2010년 롯데면세점에, 파라다이스면세점은 2012년 신세계 그룹에 매각됐다. 규모의 경제를 작동시키지 못하고 있는 동화면세점의 현재 시장점유율은 4% 미만이다. 실제로 대부분 국가 또는 지역에서는 단일 면세 사업자가 일반적이다. 그만큼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한 업체는 도태되고, 자국 내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더구나 국내 면세 시장은 불균형적이다. 면세점의 수요는 업체가 좌우하지 못하는 출입국자 수요와 직결된다. 한국의 경우 출국객이 입국객보다 많다. 한국에 출입하기 위해선 항공 운송에 의존해야 하는데,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인근 국가의 소득 규모가 항공료를 감당할 수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부족한 인프라로 인해 인바운드 관광 수요가 많지 않은 것도 이유다. 환경적으로만 보면 한국은 면세 사업에 좋은 조건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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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 연구원이 ‘면세업: 오해와 진실’에 이어 내놓은 ‘트리니티 포럼 후기: 글로벌 시각 공유와 이성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 보고서에도 비슷한 관점을 보였다. 트리니티 포럼은 글로벌 면세 사업의 세 축인 국제공항, 면세 사업자, 브랜드 업체가 모이는 글로벌 콘퍼런스다. 홍콩에서 열린 포럼에 참관한 함 연구원은 이 보고서를 통해 “면세 사업자에 대한 국내외 시각차가 크다”며 “면세 업체가 국내 여행시장에 기여한 바는 전혀 조명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메르스 사태의 직접적인 여파에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 면세 업체가 오히려 여행시장 수요 회복을 주도한 점 등을 간과한 채 결과적인 점유율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현재 글로벌 면세 시장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변동성 또한 크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반부패 정책은 시장에 극심한 변화를 불러왔다. 중국 소비자의 명품 소비 성향이 바뀌면서 면세 사업자의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과 수익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외환 변동성이 커진 여파도 크다. 면세 사업은 환율 변동성이 직접적으로 수익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최근 신흥국 통화 평가절하로 극심한 실적 변동을 겪었다. 온라인·모바일 쇼핑 시장의 급성장도 잠재적 위협 요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상위 업체의 하위 업체 인수·합병이 활발해지고 있다. 규모에서 오는 이점을 살리고 환경의 구조적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한국 역시 면세 사업이 인바운드 관광 수요의 핵심 경쟁력인데다, 최근 급성장한 화장품 소비 역시 면세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 한국 소비재의 해외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트리니티 포럼’ 보고서는 ‘한국의 인바운드 관광 수요 증대와 주요 소비재의 원활한 해외 진출을 위해 글로벌 시각에 대한 각성과 자국 내 글로벌 사업자에 대한 지원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관광업 기여 간과한 채 점유율 논란만
앞선 ‘면세업: 오해와 진실’ 보고서에서도 함 연구원은 “향후 국내 면세 업체가 세계 시장에서 견고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의 원가 효율화가 해외 시장에서의 협상 능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런 측면에서 함 연구원은 “연말에 정해질 면세 사업권 선정에서는 현재 구도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다양한 역량 검증이 필요하고, 한국 면세 시장의 성장을 이어가려면 장기간 구축된 국내 메이저 사업자의 시스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글·정리 = 이코노미스트 함승민 기자 ham.seungmin@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