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워크 깨져 라이더컵 놓친 미국, 호텔 2개층 빌려 합숙

중앙일보

입력 2015.10.07 00:36

수정 2015.10.07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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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지던츠컵 개막을 이틀 앞둔 6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골프장에서 인터내셔널팀 배상문이 연습 라운드를 하고 있다. 공식 연습 라운드가 열린 이날 골프장에는 평일임에도 1000여명의 갤러리가 찾아 선수들의 샷을 지켜봤다. [인천=뉴시스]

 

우승 트로피를 함께 들어올린 미국팀 제이 하스(왼쪽) 단장과 인터내셔널팀 닉 프라이스 단장.

“선수들의 개성을 중시하겠다.”(인터내셔널팀 닉 프라이스 단장)

 “개인보다는 팀 우승이 먼저다.”(미국팀 제이 하스 단장)

 인터내셔널팀과 미국팀의 골프 대항전인 2015 프레지던츠컵 개막을 이틀 앞둔 6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장. 미국팀 단장 제이 하스(62)와 인터내셔널팀 단장 닉 프라이스(58·짐바브웨)의 필승 전략은 사뭇 달랐다. 2013년 대회에 이어 다시 인터내셔널팀을 이끌게 된 프라이스는 전형적인 ‘친화형 리더’다. 국적과 언어가 서로 다른 인터내셔널팀을 하나로 묶기 위해 대화를 중시하고, 선수 개인의 성향과 플레이 스타일을 존중한다. 한번 조편성을 하면 대회 내내 서로 믿고 함께 플레이 하도록 독려한다. 프라이스는 2013년에는 베테랑 애덤 스콧(35·호주)과 신예 마쓰야마 히데키(23·일본)를 3일 내내 한 조로 편성했다. 그는 “단장은 선수를 대신해 플레이 할 수 없다.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했다.

 포섬(두 선수가 볼을 번갈아 치는 방식)과 포볼(각자의 볼을 친 뒤 좋은 스코어 채택) 순서에 대한 선택권을 가진 홈팀 인터내셔널은 2013년과는 반대로 첫날 포볼 대신 포섬을 택했다. 포섬은 개인의 역량보다는 두 선수의 호흡이 중요하다. 선수 개인의 객관적인 전력에서 미국팀에 뒤지는 인터내셔널팀은 첫날 포섬으로 기선 제압을 노리고 있다.


 수퍼 스타들로 구성된 미국팀을 이끄는 하스는 개인주의를 누르고 팀의 질서를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하스는 “선수들이 원하는 선수와 짝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선수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우승을 위해서는 매일 조편성을 바꿀 수도 있다”고 했다.

 양 팀 단장의 스타일 차이는 숙소 배치에서도 드러난다. 과거 미국팀 선수들은 팀 매치 대회 때도 호텔 스위트 룸을 잡아 각자 생활했다. 지난 해 미국과 유럽의 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 패한 뒤엔 각자 방에서 식사를 시켜먹는 룸서비스를 이용한 것이 팀워크 와해의 원인이 됐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올해 미국팀은 공식 호텔인 오크우드의 2개 층을 통째로 빌려 대회 내내 붙어 지낸다. 하스의 방식은 2008년 라이더컵에서 미국팀 승리를 이끈 폴 에이징어(55)의 포드 시스템(Pods System)에서 착안한 것이다. 포드의 사전적 의미는 ‘작은 무리’. 에이징어는 TV의 군대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공동 생활을 하면 12명의 선수를 하나로 묶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올해 디오픈 우승자인 잭 존슨(39·미국)은 “이제까지 경험했던 팀 매치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개인 공간은 작아졌지만 선수들이 함께 하는 공간은 넓어졌다”고 했다.

 인터내셔널팀 선수들은 7개 층에 나누어 원하는 방을 잡도록 했다. 배상문(29)은 “연습이 끝나면 한데 모여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첫날 포섬은 나와 다른 성향의 장타자와 함께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애덤 스콧과 한 조가 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스콧은 프레지던츠컵에 일곱 번째 출전하는 베테랑이다. 통산 전적은 12승3무15패. 스콧은 이번 대회에선 애용하던 롱 퍼터 대신 일반 퍼터를 쓰기로 했다. 스콧은 “몇 주간 적응 훈련을 했다. 이번 대회 우승을 위해 새로운 퍼터가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송도=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