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은 두 살 때 이탈리아로 입양됐는데 입양 서류에 적힌 ‘킴(Kim)’이란 성을 이름으로 착각한 양부모님은 이를 이름으로 삼았다. 하지만 2년 뒤 이번에는 남자아이를 한국에서 입양하면서 서류에 또 ‘킴’이라고 적힌 것을 보고 나서야 이것이 성이란 걸 알게 됐다고 한다. 시간이 꽤 지난 뒤라 이름을 바꾸지 못하고 ‘킴’이라는 이탈리아인으로 살고 있었다. 이분은 새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인정받는 건축가가 됐다. 이탈리아 기자와 결혼해 아이도 둘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자신이 태어난 한국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친부모를 만나러 한국에 혼자 올 기회가 생기면서 이탈리아인 가이드인 나를 만난 것이다.
물론 입양된 사람의 상황과 삶은 제각각일 것이다. 옛날부터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불우한 아동이 입양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특히 선진국 정부들은 입양 성공담을 홍보하는 것보다 아이들을 입양시킬 필요 자체를 가급적 없애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상황 때문에 입양시킬 필요가 생기면 해외보다 같은 나라에 입양시키는 게 이상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한국은 선진국 중 드물게 입양 문제가 아직 남아 있다. 주변에는 아기를 못 낳거나 더 갖고 싶어 하는 부부가 많이 있다. 이들이 인공수정·출산을 고민하는 것보다 불우한 아이를 입양하면 어떨까. 입양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좋아지고, 행복하고 성공적인 사례만 남게 되지 않을까.
알베르토 몬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