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학술지 ‘환경과 플랜 A’에 실린 한 연구는 이전의 연구들을 검토·종합해 잦은 항공여행의 미화 현상과 악영향을 조명했다. 영국 서리대학의 스콧 A 코언과 스웨덴 룬트대학의 스테판 괴슬링은 “현대 담론에서 잦은 항공여행의 밝은 측면은 끊임없이 미화되며 어두운 측면은 대체로 간과되거나 무시되고 심지어 은폐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성공의 상징으로 여겨지지만 생리적·심리적·사회적으로 악영향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 나와
연구팀은 잦은 항공여행의 영향을 생리적, 심리·감정적, 사회적 등 3개 부문으로 나눠 설명했다.
첫째, 생리적 영향에는 시차 적응 문제와 생체주기리듬의 혼란이 포함된다. 연구팀은 몇몇 연구를 인용해 시차는 피로와 위장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며 노화나 면역체계와 연관된 유전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뇌졸중이나 심장마비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만성적인 영향으로는 항공기 승무원에 관한 한 연구에서 드러났듯이 기억장애 같은 인지결손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항공여행은 심부정맥혈전증이나 다리 혈전 형성 위험을 증가시킨다. 장거리 항공여행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또 다량의 방사능에 노출된다. 한 연구에서는 상용 항공사의 승무원이 핵발전소 직원보다 더 많은 방사능에 노출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편 출장이 잦은 사람들은 집에 있을 때보다 항공여행 중에 운동할 기회가 줄어들고 식습관도 더 나빠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둘째, 심리적·감정적 영향을 살펴보자. 여행 전 집이나 직장에서 스케줄을 정하고 항공편 예약을 하는 등 준비 과정에서 스트레스 받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출장여행은 업무량이 평소보다 줄어들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출장 중 처리해야 할 일 때문에 별도의 스트레스가 더 쌓일 수 있다.
한편 항공기 연착은 불안과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새로운 환경과 문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마찬가지다. 연구팀은 전반적으로 끊임없이 이동하는 생활은 정체성의 혼란과 외로움을 유발할 수 있다고 썼다. 집과 가족으로부터 장기간 떨어져 지내다 보면 여행하는 사람이나 집에 남아있는 사람 모두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
셋째, 사회적으로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잦은 여행은 가족과 친구, 지역사회와의 관계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한 연구는 부모 중 한쪽이 출장으로 집을 너무 오래 비울 경우 자녀의 행동이 나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여러 연구에 따르면 잦은 여행이 가사 의무와 자녀 양육에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출장여행자 대다수가 남성이기 때문에 그 배우자인 여성의 가사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된다. 또 여행 사이사이 집에서 지내는 시간은 피로 회복을 위해, 또는 가까운 가족과 함께 보내기 때문에 우정과 기타 사회적 관계의 약화를 초래한다.
연구팀은 항공여행이 갈수록 보편화됨에 따라 그 부정적인 영향이 더 넓은 인구층에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또한 잦은 항공여행의 매력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행동 변화에 방해가 된다고 믿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연구와 이 방향에서 이뤄질 향후 연구가 현재의 상황을 바꿀 수 있기를 희망한다.
- STAV ZIV 뉴스위크 기자 / 번역 정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