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인사관리처(OPM)는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연방공무원 약 560만 명의 지문 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됐다고 발표했다.
미·중 정상회담 앞둔 미묘한 시점
정보당국, 중국과 연계 의혹 제기
OPM 대변인은 “정보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로선 유출된 지문 정보가 악용될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기술 발전과 함께 그 가능성은 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사회보장번호나 비밀번호는 바꿀 수 있지만, 지문은 그렇지 않다”면서 “지문만 있으면 공항 입국 단계부터 추적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문 도난은 정보와 국방 분야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에겐 악몽이 될 수 있다”고 평했다.
OPM의 이번 발표는 미묘한 시점에 나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24일 워싱턴DC에 도착했다. 사이버 안보는 미·중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다. 시 주석은 시애틀에서 “중국 정부는 해킹에 연관돼 있지 않을 뿐 아니라 해킹을 지원하지도 않는다”며 중국 정부의 해킹 책임론을 부인했다. 시 주석은 방미 전 WSJ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또한 해킹 피해자”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WSJ는 중국 군과 해커 그룹과의 연계 의혹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아시아에서 활동 중인 해커 그룹의 일원이 중국 쿤밍에 있는 인민해방군 부대 소속으로 밝혀졌다는 내용이다.
한편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중국 인권활동가와 가족들을 비공개로 만났다. AP통신 등은 케리 장관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내 반체제 인사들의 석방과 인권침해를 유발하는 법령 개정을 요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