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51홈런 박병호냐, 40-40 앞둔 테임즈냐

중앙일보

입력 2015.09.25 01:12

수정 2015.09.25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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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거포’ 박병호(29·넥센) 대 ‘마산 로보캅’ 에릭 테임즈(29·NC).

 2015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는 동갑내기 4번타자 박병호와 테임즈의 대결구도로 압축되고 있다. 둘은 올 시즌 타격 주요 부문을 양분하고 있다. 박병호는 홈런(51개)·타점(142개)에서 1위다. 테임즈는 타율(0.379)·출루율(0.499)·장타율(0.788)·득점(126)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24일 경기에선 나란히 홈런을 기록했다.

박병호, 4년 연속 홈런·타점왕 예약
이만수·장종훈·이승엽 기록 넘어
3타점 올리면 한 시즌 최다 타점도
테임즈, 도루 3개 더하면 첫 40-40
메이저리그서도 4명뿐인 대기록
백인천 장타율도 33년 만에 깰 듯

 진기록 달성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박병호는 지난 21일 창원 NC전에서 시즌 50호 홈런을 쳤다. 지난 시즌 52홈런에 이어 2년 연속 50홈런 고지를 밟았다. 프로야구 역사상 2년 연속 50홈런은 박병호가 처음이다. 또 한 시즌에 50홈런을 기록한 건 심정수(당시 현대)·이승엽(삼성)과 박병호 등 3명뿐이다. 심정수는 2003년 53홈런을 기록했다. 이승엽은 50홈런 이상 기록을 두 차례나 세웠지만 연속으로 달성한 건 아니다. 1999년 54홈런을 쳤고, 4년 후인 2003년엔 56홈런을 쏘아올렸다.

이효봉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야구에서 가장 빛나는 기록은 홈런이다. 2년 연속 50개의 홈런을 때린 건 미국·일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기록이다. 한국 프로야구 수준을 떠나 기적 같은 일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박병호는 한 시즌 최다 타점 기록에도 도전하고 있다. 3타점을 추가하면 2003년 이승엽이 세웠던 144타점을 넘을 수 있다. 역대 최초 4년 연속 홈런·타점왕도 사실상 확정했다. 삼성 나바로(46홈런-132타점)와 테임즈(44홈런-129타점)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이만수(83~85년·삼성)·장종훈(90~92년·빙그레)·이승엽(2001~2003년) 등 과거의 쟁쟁한 거포들은 3년 연속 홈런 타이틀 수상에 그쳤다.


박병호는 장종훈(90~92년)이 갖고 있는 3년 연속 타점 1위 기록도 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년 연속 30홈런-100타점을 동시에 넘긴 타자도 그가 처음이다. 박병호는 “장타자로서 공을 많이 넘기고 많은 타점을 올리려고 노력하는데 잘 이뤄져 만족스럽다”며 "개인기록보다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내가 보탬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무대 2년차인 테임즈의 기록도 박병호에게 밀리지 않는다. 테임즈는 올 시즌 두 차례 사이클링 히트(한 경기에서 1·2·3루타와 홈런을 기록)를 달성했다. 앞서 양준혁(당시 삼성)이 96년과 2003년에 한 번씩 달성한 적이 있지만 단일 시즌 2회 달성은 프로야구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테임즈는 달리기도 잘한다. 테임즈는 37개의 도루를 기록해 박병호(10개)를 크게 앞질렀다. 그는 2000년 박재홍(당시 현대) 이후 15년 만에 30홈런-30도루를 달성했다. 역대 여덟 번째다. 여세를 몰아 40홈런-40도루에 도전하고 있다. 40홈런-40도루는 한국과 일본 야구에서 나온 적이 없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호세 칸세코(88년·42홈런-40도루), 배리 본즈(96년·42홈런-40도루), 알렉스 로드리게스(98년·42홈런-46도루), 알폰소 소리아노(2006년·46홈런-41도루)가 한 차례씩 기록한 게 전부다.

44홈런을 기록 중인 테임즈는 남은 9경기에서 3개의 도루만 추가하면 40-40 고지에 오르게 된다. 테임즈는 “끝까지 해 보겠다. 한국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기록이라 더욱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테임즈는 한 시즌 장타율 최고 기록(82년 백인천·0.740) 경신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안경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테임즈는 수비도 잘하고 장타력도 좋다. NC가 2위에 오르는 데는 테임즈의 공이 컸다”며 “무엇보다 4번타자가 40개 가까운 도루를 한다는 게 놀랍다. 40홈런-40도루 기록을 세우지 못한다고 해도 4번타자 역할을 200% 수행했다”고 칭찬했다.

 이효봉 해설위원은 “박병호는 지난해 52홈런을 치고도 서건창(넥센)의 최다 안타 기록(201안타)에 밀려 MVP가 되지 못했다. 2년 연속 50홈런 이상을 친 선수가 MVP가 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테임즈가 40홈런-40도루를 달성한다고 해도 박병호의 2년 연속 50홈런과 4년 연속 홈런·타점왕 기록을 넘어서기는 어렵다. 만약 박병호가 홈런과 타점 중 하나라도 1위를 놓친다면 테임즈에게도 가능성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