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환경부도 이날 “미국에서 문제가 된 5개 차종 중 국내에서 인증한 4개 차종(제타·골프·A3·비틀)에 대해 다음달 초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차종들 모두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이 확인될 경우 최대 40억원의 과징금 부과가 가능할 것으로 환경부는 보고 있다. 해당 차량(6000여 대) 리콜 조치도 가능하다.
연 1014만대 세계 2위 메이커
최고경영진 미국 법정에 설 수도
미 의회는 “배출가스 조작 청문회”
한국선 수입차 시장의 15% 차지
환경부 “골프 등 4개 차종 조사”
국내서도 조작 확인 땐 리콜 가능
프레드 업튼 미국 하원 에너지·상무위원장도 “수주 안에 폴크스바겐 관련 청문회를 열겠다”며 벼르고 있다. 국내 자동차 전문가들은 폴크스바겐이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EGR(Exhaust Gas Recirculation·배기가스재순환) 장치에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깔아 배기가스양을 조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동차 승인 검사 때 같은 실험실 환경에서처럼 엔진과 바퀴만 구동할 때에는 EGR이 정상 작동하다가 실외 운전 시같이 조향장치(핸들)까지 움직이면 EGR 장치가 자동으로 꺼지도록 하는 식이다.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폴크스바겐은 경영상 치명타를 피하기 힘들게 됐다. 폴크스바겐그룹은 최근 판매가 꾸준히 늘어나 세계 1위 일본 도요타(지난해 1023만 대 판매)를 턱밑까지 따라잡았다.
공교롭게도 도요타 역시 2009년 8월 미국에서 불거진 리콜 사태로 인해 1000만 대가 넘는 차량을 리콜 또는 수리 조치하고 40억 달러의 벌금을 내는 등 궁지에 몰린 바 있다. 하지만 폴크스바겐은 도요타의 네 배가 넘은 최대 180억 달러(약 20조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시장에서 연거푸 퇴출 위기에 몰리는 ‘폴크스바겐의 재앙’이 재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다. 86년 미국 CBS방송사의 시사프로그램인 ‘60분(60 Minutes)’에서 폴크스바겐의 자회사인 아우디 승용차의 주행 성능과 안전에 의문을 제기하자 이미지 추락과 소비자 외면을 겪으며 한때 미국 시장에서 퇴출 위기까지 내몰린 ‘트라우마’가 있다. 그런 여파 탓인지 세계 2위 폴크스바겐그룹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6%에 불과하다. 1위인 GM(17.8%)이나 2위인 포드(14.9%)는 물론 혼다(9.3%)나 현대·기아차(7.9%)에도 한참이나 미치지 못한다.
폴크스바겐은 특히 그룹 내 다른 브랜드 차량으로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아우디를 비롯해 람보르기니와 벤틀리, 포르셰 등 12개 브랜드를 갖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폴크스바겐 코리아는 디젤 승용차 라인업을 앞세워 올 들어 8월까지 2만4778대를 판매했다. 이 덕에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벤츠와 BMW에 이어 3위(15.6%)를 달리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는 이번 사태가 당분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과거 미국에서의 연비 과장 사건 등으로 혹독한 경험을 쌓아 연비와 배출가스 규제에 대해 꼼꼼히 준비해왔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