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는 21일 광주시 북구 말바우시장과 전남 담양시장에서 팔던 오리에서 AI 바이러스가 나왔다고 밝혔다. 두 시장의 닭·오리 판매장 한 곳씩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해당 오리는 고병원성 ‘H5N8형’ 바이러스를 갖고 있었지만 발병한 상태는 아니었다. 이천일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의심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판매업소의 신고는 없었고,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가 사전 현장 조사(상시 예찰)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전염 원인과 유입 경로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나주·강진 오리농장 이어 발견
고병원성 바이러스, 발병은 안해
지역 상인, 닭·오리 농가는 울상
사계절 ‘상시 발생국’ 지목 우려
국내에서 AI가 발생한 건 지난 6월 이후 석 달 만이다.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는 더위에 약하고 추울 때 잘 번진다. 외국에서 감염된 철새가 늦가을 한국에 오면서 바이러스를 전파시켜 겨울과 봄에 AI가 유행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부터 양상이 달라졌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AI가 번지기 시작했다. 크게 계절을 타지 않고 살처분과 방역을 마친 뒤 2~3개월 지나 닭·오리가 또다시 감염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면서 더 이상 “AI 바이러스가 철새에 묻어 외국에서 들어온다”고만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농식품부 측도 “한국 안에서 바이러스가 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2011년 9월~2014년 1월 유지했던 AI 청정국으로서의 지위를 회복하기는커녕 중국·베트남 같은 ‘상시 발생국’으로 지목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서울대 김재홍(수의학) 교수는 “지방 방역조직이 과거처럼 강력하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예산 문제로 지방자치단체에 살처분 비용의 20%를 부담하게 하고 난 뒤 뚜렷해진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예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직까진 광주·전남 지역에서만 확인된 고병원성 AI바이러스가 ‘농가→시장→타 지역 농가 또는 도심’ 순으로 전국에 확산되는 것이다. 타이밍은 좋지 않다. 곧 ‘민족 대이동’이 일어나는 추석이다. AI가 사람과 차량에 묻어 전국에 퍼질 수 있다. 또 10월부터는 철새 도래기에 접어든다. 국내에서의 유행, 국외로부터의 전파 모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익명을 원한 나주 지역 오리 농장주는 “AI가 번질까봐 추석에도 자식들에게 고향에 오지 말라고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종·나주=조현숙·김호 기자 newea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