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모임에서 한 교수님이 집안 분쟁으로 고생 중이라며 푸념을 하는데, 1심에서 이겼고 2심에서 졌단다. 그러면서 이제 일대일 동률이니 대법원에서 결판을 봐야 한단다. 상급심과 하급심은 대등한 것이 아니다. 2심에서 파기됐으면 1심은 완전히 무효화되는 거다. 삼세판 가위바위보가 아니다. 그런데 대학 교수조차 일대일 동률이니 결판을 봐야 한단다.
굳이 삼세판에 매달리느라 몇 년을 고통받을 필요 없이 단판 승부로 끝내고 평화를 찾는 길도 있다. 조정이다. 조정위원 주재하에 충분히 서로의 입장을 조율해 조정이 성립되면 쌍방 모두 더 이상 다툴 수 없다. 스스로 합의서에 사인했기 때문이다. 확정판결과 마찬가지의 효력이 있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강제집행도 가능하다. ‘원스톱 서비스’인 셈이다.
민사사건 조정을 성립시키면서 여러 건의 관련된 형사사건 고소·고발까지 서로 취하하도록 해 원수가 됐던 이웃이 악수하고 웃으며 헤어지는 일도 빈번하다. 상호 불신과 분노 때문에 끝까지 갈 거라고들 하지만 결국 사람들의 속내는 어서 분쟁에서 해방돼 모든 것을 잊고 싶은 것 아닐까. 그걸 도와드리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늘 부족한 조정위원 수당은 사건당 평균 6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나라 예산 중에 가장 값있게 쓸 수 있는 부분 중 하나가 아닐까.
문유석 인천지법 부장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