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은 정도 많고 교육 수준 높아 아이 키우기 안전”

중앙일보

입력 2015.09.10 02:51

수정 2015.09.10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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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사는 무국적 아이들에겐 낡은 컴퓨터 등이 둘도 없는 친구다.
불법체류자들은 언제 발각돼 쫓겨날지 몰라 가슴 졸이며 산다. 국민건강보험에 들 수 없어 아이가 큰 병치레라도 하면 몇 달치 벌이를 쏟아부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한국에 계속 머무르기를 원한다. 이유가 뭘까.

 한국에 온 첫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해서다. 고국보다 임금 수준이 훨씬 높은 한국에서 돈을 벌어 귀국하는 게 꿈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다섯 살 무국적 소녀 굴자리나의 엄마(43·키르기스스탄)는 말한다. “어찌어찌해서 유치원에 보냈어요. 교육 내용이 고국과 엄청나게 차이 나요. 굴자리나의 지식 수준이 고국의 또래들보다 훨씬 높아요. 어떻게든 아이가 여기서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2년 뒤 초등학교에 들어갈 수 있을지….”

국적 없는 아이 2만 명 <상> 숨어 사는 그들
불법체류자, 왜 한국 고집하나

 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는 한국 말고도 많다. 불법체류자들은 한국에 또 다른 무엇이 있다고 한다. 우선 서구 국가들은 아시아인을 낮춰 보는 느낌이 강하다고들 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상쾌하지 못한 기억을 가진 이들이 있다. 레퐁(3)의 엄마(34·베트남)는 말했다. “한국에 오기 전 일본에 있었어요. 합법 신분이었죠. 애초엔 공장 사장이 한 달에 150만원을 주겠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60만~70만원밖에 안 줬어요.”

 한국에 대한 그의 평은 이랬다. “불법체류자에게 더 힘든 일을 시켜요. 우리를 평등하게 대하지는 않지만 일본처럼 약속을 안 지키지는 않아요. 마약·도둑도 적고…. 웬만한 나라보다 아이들이 안전해 여기서 키우고 싶습니다.”


 또 다른 한국의 매력도 있다. 오고 가는 ‘정(情)’이다. 아이를 본 동네 어른들이 예쁘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자식이나 손주가 입던 옷을 가져다주는 건 자기들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일이라고들 했다. 국민건강보험에 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병원에서 입원보증금을 요구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면 사회·종교단체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줬다. 레퐁의 아빠는 “아이가 자라서 도움을 받은 한국에 도움을 드릴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최종권(팀장)·임명수·조혜경·김호·유명한 기자, 이성은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사진=신인섭·오종택 기자, 프리랜서 오종찬·김성태, VJ=김세희·김상호·이정석, 영상편집=정혁준·김현서, 디지털 디자인=임해든·김민희 choig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