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특히 문학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핵심은 언어입니다. 제대로 된 번역이 없으면 작품의 본질이 전해지지 않죠. 번역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일본 문학을 외국어로 번역한 작품 가운데 우수작을 선정해 시상하는 노마(野間)문예번역상 시상식을 위해 방한한 고단샤(講談社)의 노마 요시노부(野間省伸·46) 대표는 8일 인터뷰에서 번역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일본 최대 출판사인 고단샤가 창립 80주년을 기념해 1989년 제정한 이 상은 2005년부터 격년제가 돼 올해 20회째다. 올 수상자는 온다 리쿠(恩田陸)의 장편소설 『삼월은 붉은 구렁을』(북폴리오)을 한국어로 옮긴 권영주(43)씨다. 한국어 번역가로는 2005년 양윤옥씨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노마 요시노부 일본 고단샤 대표
작년 매출 1조원 넘은 종합출판사
일본문학 세계화 위해 번역상 제정
올해 수상자로 권영주씨 선정
고단샤는 일본에서 만화 잡지와 단행본, 일반 잡지와 문학, 인문서 등을 고루 출간하는 종합출판사다. 2014년 총매출이 1190억엔(약 1조1872억원)에 달한다. 종이책 독자의 이탈로 다소 침체된 시기도 있었지만, 최근 만화 『진격의 거인』은 물론 『일곱 개의 대죄』 『아인』 등 히트작을 연달아 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진격의 거인』은 일본에서만 4700만 부 가 팔렸다. “일본 만화나 소설 등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압도적인 세계관을 가진 작품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습니다. 만화와 소설의 중간 장르인 ‘그래픽 노블’ 같은 새로운 장르도 등장하며 세분화되고 있죠. ‘이야기’라는 콘텐트의 힘은 여전히 막강합니다.”
노마 대표는 “독자들이 콘텐트를 접하는 통로가 다양해지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만화를 연재하는 사이트를 오픈해 좋은 성과를 얻었고, 자회사를 통해 애니메이션·게임·드라마·영화 제작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종이책을 좋아하는 사람, 휴대폰으로 읽고 싶은 사람, 영상으로 보고 싶은 사람 등 독자마다 원하는 것은 다릅니다. 독자가 원하는 이야기를 독자가 원하는 형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노마문예번역상 역시 다른 언어권의 독자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이다. 8일 오후 6시 서울 신라호텔 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 홍정도 중앙일보·JTBC 대표, 김영진 미래엔그룹 대표 등 각계 인사 150여 명이 참석했다.
글=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