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에 맞선 과학] 아폴로 11호, 우주 방사능대 통과했을까? 피폭 피하려 지구~달 최단거리 우회

중앙일보

입력 2015.09.08 00:56

수정 2015.09.08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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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둘러싼 밴앨런대를 지나면서 방사능에 노출된 생명체는 목숨을 잃는다. 달 탐사는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인류의 달 탐사가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음모론자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우선 밴앨런대가 생소한 독자들이 많을 거다. 1958년 처음 확인된 것으로 지표면에서 1000~6만㎞ 상공에 있는 방사능대를 말한다. 지구를 둘러싼 투명한 거대 도넛을 상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를 발견한 미국 과학자 제임스 밴 앨런(James Van Allen·1914~2006)의 이름을 따왔다. 음모론자들은 박사의 언론 인터뷰 등을 근거로 거짓 논리를 만들었다. 그가 61년 인터뷰에서 “생명체는 이 지역을 뛰어넘어 생존할 수 없다”고 주장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밴 앨런 박사는 “우주인을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장치가 발명되기 전까지”라는 단서를 달았다. 전체 중 일부를 인용해 침소봉대(針小棒大)한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도넛을 닮은 거대 방사능대의 존재를 달 탐사 이전에 알고 있었다. 닐 암스트롱 등을 실은 아폴로 11호는 ‘회피’ 전략을 써 방사능 피폭량을 최소화했다. 우주선의 궤적을 보면 명확하다. 상대적으로 방사능이 몰린 도넛 중심부를 피해 외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래픽 참조>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연구단장은 “아폴로 11호는 피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는 최단거리를 포기했다”며 “밴앨런대를 지나는 시간도 3~4시간에 불과해 우주인의 목숨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아폴로 우주인이 방사능대를 통과하면서 입은 피폭량은 32mrem(밀리렘) 정도로 성인 기준 1년 방사능 허용 수치인 500mrem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강기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