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증인 3명이 40초 답변=지난해 10월 13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 새정치연합 전병헌 의원이 강남훈 홈앤쇼핑 대표이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전 의원=“‘홈앤쇼핑’은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채널인데 영업상태가 어떻습니까?”
김종훈·황영철·변재일·최민희·이상규·김제남
2013년 국감 증인 부르고 질문 안 한 의원 6명
강창일, 정용진에게 “가문 명예 지켜라” 면박도
▶전 의원=“중소기업청이 홈쇼핑 전문 채널을 하나 더 만든다는데 문제는 없겠습니까?”
▶강 대표=“기존 민간기업과 다르게 공영기업을 신설한다니까 크게 충돌이 없지 않겠느냐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22분까지 증인석에서 대기하던 강 대표가 입을 연 건 이 순간이 유일했다. 종일 대기하고 답변한 시간은 13초에 불과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도 그랬다. 온라인 전자상거래 공정성 문제를 따지겠다며 위메프·쿠팡·티켓몬스터 등 세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 임원을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세 사람이 답변한 시간은 모두 합쳐 40초였다.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이 “음식점과 미용실 등 서비스업종에 대한 대금 결제를 일주일에 한 번씩 한다는데 맞느냐”고 묻자 세 곳 모두 “맞다”고 답했다. 이어 “조그만 음식점들이 수수료를 주고 할인해 주면서 상황이 급한데도 전자상거래 업체가 대금을 일주일에 한 번씩 결제하는 이유가 뭐냐”는 신 의원의 추궁에 “적극 개선하겠다”(쿠팡), “개선방법을 찾겠다”(위메프), “저희도 찾아보겠다”(티켓몬스터)가 끝이었다. 공교롭게도 3명이 1인당 13초꼴이었다.
부른 의원도 밉지만 불러 놓고 묻지 않는 의원은 더 밉다고 기업체 관계자들은 말했다.
지난해 이갑수 이마트 대표이사는 잘 모르는 현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잘 모르겠다” “정확하게 알아보고 답변드리겠다”고 한 뒤 보충질의 시간에 “답변 준비를 해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련 질의를 했던 당시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따로 보고해 달라”며 다른 사안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②대기업 총수 망신 주는 국회=대기업 총수를 증인으로 불러 놓고 세세한 걸 물어본 뒤 대답을 제대로 못하면 면박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2013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국감에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관련해 불려 나온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세세한 법 조문이나 시장 현황이 숙지돼 있지 않다 보니 “잘 모르겠습니다”는 말을 자주 해야 했다. 그러자 새정치연합 소속인 강창일(제주갑) 위원장이 나섰다.
▶강 위원장=“정용진 증인은 대그룹답게, 그리고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하세요. 많은 회사를 거느리다 보니까 일일이 체크를 못해서 그런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회사 잘 체크하세요.”
▶정 부회장=“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우리 국회는 의원들이 너무 갑 행세를 한다”며 “훈계나 들으려고 기업 총수가 증인으로 나와야 하느냐”고 말했다.
③증인 한 명이 4곳 국감에 등장=바른사회시민회의 분석 결과 19대 국회가 출범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증인 한 명을 복수의 상임위가 동시에 채택한 경우는 21명(2012년 4명, 2013년 10명, 2014년 7명)이었다. 이 중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등 4명은 2개 상임위에 중복해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한 곳에서만 답변할 기회를 얻었고, 다른 곳에선 아예 질의도 받지 못했다. 김형 삼성물산 부사장은 지난해 국감 증인으로 4차례나 국회에 불려 갔다.
김형구·김경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