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어려서부터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웠다고 한다. 마음 맞는 사람 5명이 함께 월세로 아파트를 빌려 작업실도 만들었다. 홍익대 미술대학원 서양화 실기전문과정까지 올해 수료했다. 손 이사장은 “미술·글쓰기 등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마음속 파일 중에서 미술을 택했다”며 “준비된 사람에겐 정년은 축복”이라고 했다.
문화가 힘이다 3만 달러 시대, 잘 놀 줄 알아야 축복
은퇴 뒤 미술 택한 손봉숙씨, 4번째 개인전 열며 제2 인생
“돈·시간 있어도 뭘 할지 몰라 여가도 준비해야 누릴 수 있어”
광복 후 70년 동안 세계를 놀라게 한 산업화의 성취를 이뤘지만 여가 활용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한국 노년층의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는 ‘여가 스펙(경력)’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근면과 노동이 최우선 가치였다. 학교에서도, 사회에 나와서도 여가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다. 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다른 사회 활동과 마찬가지로 여가도 경험이 중요하다”며 “일자리에서 ‘잡 커리어’를 쌓듯 100세 시대에는 ‘여가 커리어’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삶은 생애주기에 따라 삼분(三分)돼 있다. 청소년기는 교육에, 중년기는 노동에 올인하고 노년기는 여가 시간이 넘친다. 윤 연구위원은 “생애 모든 주기에서 교육·노동·여가가 균형을 맞추도록 삶을 리디자인(re-design)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