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DB형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이 7대 3으로 DB형의 압도적 우세다. 근로자 입장에선 DB형에 큰 불만이 없다. 어떤 경우라도 퇴직 급여가 임금 상승분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회사측이다. 운용수익률이 임금상승률에 미치지 못할 때 회사 돈으로 그 차이를 메워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저금리가 지속돼 퇴직연금 운용에서 부실이 생긴다면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과거 미국 GM이나 크라이슬러, 델타항공 등은 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약속한 DB형 퇴직급여를 채우지 못해 파산하거나 엄청난 적자를 낸 적이 있다.
올 들어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하는 회사가 늘고 있는 건 이들 미국 기업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DC형 전환은 노조의 동의를 얻으면 가능하지만 연금 운용의 위험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근로자의 반대가 심하다고 한다. 어쨌거나 앞으로는 DC형이 대세가 될 전망이다. 저금리도 저금리지만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 등 고용환경이 급변하고 있어서다. 임금피크제 아래에서 DB형을 택한다면 정년은 늘어났어도 퇴직 급여는 무조건 줄게 돼 있다.
서명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