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A에는 개인들의 온라인 기부도 활발하다. 유산이나 생명보험 증서, 은퇴 자산 등을 기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기업에만 기대지 않고 민간도 예술을 후원하는 ‘투 트랙’ 방식이다. 안정감이 클 수밖에 없다.
기업은 후원 통해 이미지 개선
지역선 일자리 늘고 공동체 회복
후원금 대부분은 법인세 공제 혜택
한국 기업 예술 지원, 일본의 20%
“일회성 아닌 중장기 지원 계획을”
영국은 ‘젊은 층의 예술 향유 기회’를 무척 중시한다. 할리우드 명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12년째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영국 런던의 올드빅은 세계적 회계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후원으로 2012년부터 25세 이하 청년들에게 50파운드(약 9만1000원)짜리 티켓을 12파운드(2만2000원)에 판다. 젊은 사람들이 연극을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12파운드 티켓은 지금껏 6만 장 이상 팔렸다. 영국이 세계적 문화 콘텐트 강국이 된 데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같은 문화적 전통 못지않게 젊은이들에게 폭넓게 예술 향유 기회를 부여한 것이 큰 힘이 됐다. 이언 파월 PwC 회장은 “보다 많은 젊은이가 연극을 보고 창의성을 키울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에도 문화 후원(메세나)의 가치를 인식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 KT&G는 매년 매출액 대비 2% 수준인 500억원 이상을 국내외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에 투자하고 있다. 서울 홍대 입구와 논산·춘천에서 운영하는 ‘상상마당(복합문화공간)’은 기업과 문화예술단체 모두 만족하고 있는 모범사례다. 잠재력 있는 신인 뮤지션을 발굴하는 ‘밴드 디스커버리’나 신진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상품을 개발하는 ‘코리아 디자인 챌린지’가 대표적이다. KT&G는 물적 지원뿐 아니라 비주류·신인 예술가들에게 활로를 마련해 주면서도 연 14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지난해 한국의 기업 메세나 규모는 1771억원으로 일본의 5분의 1 수준이다. 2007년(1876억원)에 비해 100억원 이상 줄었다. 대부분의 지원이 중장기적 계획 없이 일회성 행사로 진행된 데 따른 것이다. 메세나 활동에 대해 과도한 홍보를 요구하는 관행도 고질적 병폐 중 하나다. 기업에서 많게는 전체의 30%에 달하는 티켓을 요구하다 보니 수익을 내기 위해 티켓 가격을 올리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국내에선 시민의 문화 후원 움직임도 전개되고 있다. 시민 한 사람이 한 달에 3000원씩(1구좌 기준) 후원하는 예술나무심기운동은 2010년 모금액 134억원으로 시작해 지난해 216억원으로 늘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후원금으로 2013년 한센병 환자들이 사는 소록도병원에 벽화를 그리는 ‘아름다운 동행’ 프로젝트, 지난해 미술가와 시민들이 운동화에 그림을 그려 미얀마 난민 마을 ‘로이코이’ 어린이들에게 전달하는 ‘땡슈어랏(Thanks Shoe A lot)’ 행사를 진행했다.
박영정 한국문화관광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문화예술단체를 지원하면서 반대 급부를 요구한다면 그건 메세나가 아닌 협찬일 뿐”이라며 “기업은 예술을 지원하되 예술단체에 간섭하거나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팔길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팔길이 원칙’이란 공공정책 집행 때 쓰이는 용어로 ‘지원은 하되, 대가를 바라거나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지원이 중장기적 계획 없이 일회성 행사로 그치는 것도 많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뉴욕·워싱턴·런던·도쿄= 이상렬·채병건·고정애·이정헌 특파원
서울=정진우 기자 i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