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이로 마흔 살이 된 삼성 임창용은 여전히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그는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지며 NC 임창민(30·27세이브)에 이어 구원 2위(25세이브)를 달리고 있다. 임창용의 평균자책점(2.57)은 10개 구단 불펜투수 가운데 가장 낮다.
근육 커지면 탄력적 피칭 안돼
경기 전 2시간 스트레칭 집중
유연성 바탕 온몸 비틀어 투구
회전 걸린 직구에 타자 속수무책
이순철 해설위원은 “해태 후배였던 임창용은 운동을 열심히 하는 선수였다. 노는 걸 좋아해도 자기관리를 잘 했다. 팔 스윙이 워낙 좋아서 몇 년 후에는 대투수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투수 전문가 최원호 해설위원은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폼을 가진 투수를 꼽으라면 임창용과 (뉴욕 양키스 출신) 한화 로저스를 선택하겠다”며 “마흔 살 임창용은 연구대상”이라고 말했다.
임창용의 피칭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유연성이다. 테이크백 동작부터 스트라이드, 릴리스까지 모든 동작이 역동적이고 빠르다. 활처럼 휘는 투구동작은 하체부터 허리·어깨·팔의 힘을 효과적으로 응축해 폭발한다는 걸 보여준다. 최원호 위원은 “코킹(cocking) 동작에서 임창용의 오른 어깨는 다른 투수 보다 더 많이 위로 올라가고 뒤로 젖혀진다. 가슴을 쭉 펴며 힘을 모으는 게 좋다”며 “이후 스트라이드 폭이 크다. 그만큼 많은 추진력을 얻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창용은 부드러운 몸을 타고났다. 그러나 프로 21번째 시즌까지 유연성을 유지하는 건 후천적 노력의 결과다. 그는 웨이트트레이닝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근육이 커지면 탄력적인 피칭을 방해한다고 믿어서다. 훈련 때 많은 공을 던지는 게 단기 효과를 얻는 데는 좋지만 임창용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피칭은 목적이지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재미없고 지루한 스트레칭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체중 유지에도 각별히 신경을 쓴다.
요즘은 빠른 공만으로는 마무리가 될 수 없다. 손승락(34·넥센)·윤석민(29·KIA) 등 젊은 강속구 투수들도 고전하고 있다. 임창용의 공은 스피드뿐 아니라 회전력이 좋다. 온몸을 꽈배기처럼 비틀어 힘을 모았다가 폭발시키기 때문에 회전이 강하게 걸린 공, 이른바 ‘뱀직구’를 던질 수 있는 것이다.
이순철 위원은 “임창용이 지난해 미국에서 돌아와 지나치게 직구에 의존한 피칭을 했다. 몇 차례 세이브를 날린 뒤에는 패턴이 달라졌다”면서 “슬라이더만 가끔 섞어 던져도 타자의 배팅포인트가 뒤로 간다. 임창용이 직구를 던지면 거의 속수무책이다. 그의 직구는 여전히 최고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