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경제는 안팎으로 대단히 엄중한 상황이다. 밖으로는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세계 경제를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불확실성으로 내몰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다 보니 이럴 때 누구보다 충격을 크게 받는 게 우리 경제다. 당장 위안화 평가 절하가 단행된 이달 11~26일 약 2주간 한국 증시에선 29억 달러가 이탈했다. 아시아 신흥국 중 가장 많고 대만·태국·인도네시아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안 사정은 더 어렵다.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 약화가 현실화하고 있으며,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을 우려할 정도로 내수 침체도 장기화하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하고 기준금리를 1.5%로 낮췄지만 경기는 좀체 살아나지 않고 가계부채는 1100조원을 넘어섰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정책 공조를 통해 대책을 내놔도 난관 돌파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위기가 깊어질수록 재정과 통화 정책도 더 정교해져야 한다. 그런데도 어제 만남에서 금리·통화 정책에 대해서는 두 사람이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고 한다. 이런 관행도 이젠 바뀌어야 한다. 언제까지 해묵은 ‘중앙은행 독립성’ 이슈에 갇혀 통화 정책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할 건가.
재정과 통화 정책은 2인3각이다. 어느 한쪽이라도 삐거덕거리면 경제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갈 수 없다. 소통과 조율이 그만큼 중요하다. 주요 선진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필요하면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참에 한 달에 한 번이든 부총리와 한은 총재의 만남을 정례화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둘의 만남이 견우·직녀 만나기보다 어려워서야 무슨 소통이 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