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분에 걸친 설명이 끝난 뒤 “오늘따라 왜 그렇게 한·미 동맹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뭐 마음에 걸리는 거라도 있습니까?”라는 농반진반의 질문이 나왔다. 그럴 법도 했다. 당국자 입에선 ‘한·미 동맹’이란 단어가 열 번이나 나왔다. “한·미 동맹의 토대 강화를 위해…” “한·미 동맹을 기본으로…” 등등. 이 당국자는 “제가 그랬나요? 이번 북한 도발 대응 과정에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이 더 부각돼 그랬나 봅니다. 켕기는 것은 전혀 없습니다”라며 웃었다.
중국 방문에 불편한 미국 다독여
26일 오후 미 북극회의 참가 발표
밤엔 박 대통령 중국 열병식 공지
다음은 일본 … 배제 신호 안 줘야
한 외교부 관계자는 “북극외교장관회의 참석도 같은 맥락”이라고 귀띔했다. 이번 회의는 기후변화 대응을 외교적 업적으로 남기려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추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31일 폐막식에도 직접 참석한다. 외교부는 몇 달 전 이 소식을 듣고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국면에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한국·중국·일본·인도·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북극이사회 옵서버 5개국 중 한국만 유일하게 장관이 참석한다. 윤 장관은 이달 초 말레이시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케리 장관을 만나 “월말 앵커리지에서 다시 보자”고 참석 사실을 알렸다.
박 대통령의 중국행과 열병식 참석을 앞두고 외교부는 이렇게 주변국과의 관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불참한다. 일본 언론들은 이를 두고 “박 대통령만 돌출 형태”(요미우리신문), “한·미·일 연대에 마이너스”(마이니치신문)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외교가에선 일본 측이 행사에 참석하고 싶어 중국에 “‘항일 승전’이란 이름을 바꿔주면 안 되겠느냐”고 부탁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한국 외교는 이번에 미·중 모두를 배려하는 ‘운용의 묘’를 발휘했다. 정작 중요한 건 이제부터다. 9월부턴 한·중 정상회담, 미·중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 등 굵직한 외교 이벤트가 이어진다. 한국외대 남궁영 정치행정언론대학원장은 “한·중이 공조해 일본을 배제시킨다는 시그널을 주지 않도록 정교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 정치국제부문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