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지구는 강원도 세포군 등지에 있는 대규모 목장지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2012년 9월 직접 개간을 결정한 곳이다.
사리원·고산 등에 대형 양돈장
평양선 햄·족발 등 19가지 팔아
김정은 “사료용 콩농사 많이 하라”
돼지, 북·러 교역 대상으로도 등장
북한이 축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 바로 돼지공장이다. 북한에선 돼지농장이란 말을 쓰지 않고 공장이란 말을 쓴다. 기계화된 설비를 갖추고 공업적 방법으로 돼지를 기르는 양돈장이 돼지공장이다.
북한이 돼지공장에 심혈을 쏟는 이유는 김정일(1942~2011)에게서 찾을 수 있다. 김정일은 2005년 1월 조선인민군 제966군 부대 산하 돼지공장을 방문해 이렇게 말했다. “군인들과 담화해 보면 닭고기보다 오리고기가 더 좋다고 하는데, 앞으로 돼지고기를 더 찾을 수 있다. 사실 고기 가운데 돼지고기가 제일이다.”
김정일은 생전에 돼기고기 예찬론자였다. 그는 “어떤 나라들에서는 돼지가 60kg 정도 되면 무조건 잡는다고 하는데 돼지는 60kg정도 될 때 잡아야 고기맛도 좋다”는 말까지 했을 정도다. “냉장고에 고기를 오래 보관해 두면 수분이 빠지고 고기의 신선도가 떨어지게 된다”는 말을 한 적도 있다. 김정일은 제966군 부대 산하 돼지공장에서 “연 1000t 능력의 현대적인 돼지공장을 하나 들여오는데 드는 자금이 현대적인 닭공장을 하나 들여오는데 드는 자금에 비해 훨씩 적다”며 공장생산을 독려했다.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북한은 2005년 이후 돼지공장을 늘려나갔다. 황해북도 사리원, 강원도 고산 등지에 돼지공장을 추가로 지었다. 고려의학과학원 김용현 내과연구소장은 2005년 4월 조선중앙TV에 출연해 “돼지는 목살, 염통, 콩팥, 족발…심지어 꼬리와 이빨까지 버릴게 하나도 없는 약재”라고 선전했다.
김정일은 사망 석 달 전인 2011년 9월 보통문거리 고기상점을 현지지도한 뒤 평양에 고기상점도 더 세우라고 지시했다. 북한은 이런 김정일의 유훈에 따라 2012년 7월 평양에 돼지고기 전문상점인 흥성고기상점을 열었다. 이 상점은 햄(북한말로 ‘꼴바싸’), 족발 등 19가지의 돼지고기 제품을 팔고 있다.
돼지를 제대로 키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사료다. 북한은 사료로 38~45%의 단백질을 함유한 콩을 주로 쓴다. 그래서 북한은 콩농사에 관심이 높다. 김정일은 생전 “콩농사는 파종과 탈곡만 기계화해도 많은 문제가 풀린다”며 농업과학원 농업기계화연구소에 “콩파종기와 이동식 콩탈곡기를 많이 생산하라”고 주문했다.
김정은도 이런 아버지의 뒤를 이어 “콩농사를 많이 해 단백질먹이를 적극 탐구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돼지고기는 북한과 러시아 관계가 개선되면서 교역의 대상으로도 등장했다. 러시아는 황해북도 사리원에 곧 육류회사 ‘스파스키 베이컨’의 지점을 개설할 예정이다. 지난 4월 27일 북·러 경제무역 및 과학기술 협력에 관한 의정서에 따른 조치다. ‘스파스키 베이컨’ 측은 “8~9월 700여 마리의 새끼돼지를 사리원의 지점에 보낼 예정”이라며 “돼지사료는 연해주 레소자보츠크시 사료 공장에서 생산하게 된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통신사 인테르팍스는 보도했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