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명예부회장은 17일 프랑스 파리 샹그릴라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 선언문에서 정 명예부회장은 “차기 FIFA 회장은 현재의 심각한 위기를 극복하며 조직을 개혁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했다. 정 명예부회장은 지난 2011년 유럽의 한 스포츠 전문지가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주제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5%가 ‘축구를 망치는 인물’이라고 언급한 사례를 제시하며 “FIFA 회장이 축구팬들에게 야유의 대상이 돼 버린 현실이 가슴 아프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파리서 공식 출마 선언
단임 약속하며 장기집권 우려 차단
급여 공개 등 투명 운영 8대 공약도
제프 블라터(79·스위스) 회장의 밀실 행정에 대한 비판에도 날이 서 있었다. “20년 전 처음 FIFA에서 일을 시작할 때부터 나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촉구해 왔다”고 강조한 그는 “막후에서, 소수에 의해 이뤄지는 월드컵 마케팅 및 중계권 협상 방식은 재검토 되어야 한다. 재정위원회, 미디어위원회, 집행위원회 등 각 분야의 전문기구가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지침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 명예부회장은 “이번 선거의 핵심은 블라터 회장이 40년간 구축한 부패 체제를 계속 이어갈 지의 여부”라면서 “내가 FIFA 회장이 되면 4년 임기 한 번만 맡을 것이다. 4년 안에 FIFA를 확 바꿔놓겠다”고 다짐했다.
정 명예부회장은 FIFA 개혁을 위한 8대 공약을 함께 제시했다. ▶회장과 집행위원회, 사법기구 간 견제와 균형 강화 ▶FIFA 총회의 토론 기능 강화 ▶회장직 임기 제한 ▶재정 투명성 제고 ▶회장의 급여 및 보너스, 제반 비용 공개 ▶각국 축구협회 재정 지원 프로그램의 합리적 운영 ▶FIFA 각종 기구 내 여성의 대표성 제고 ▶여자월드컵 위상 강화 등이다.
이날 정 명예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경쟁자인 미셸 플라티니(60·프랑스)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을 향해서도 각을 세웠다. 정 명예부회장은 “블라터와 플라티니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다. 플라티니가 어떻게 블라터를 적이라 말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플라티니는 아직 젊다. 이번 선거에 후보로 나오지 않는 게 낫다”고 말했다.
차기 FIFA 회장 선거는 내년 2월 26일 스위스 취리히 FIFA 본부에서 열리며 209개 회원국이 모두 한 표씩 행사한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