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9시39분(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생을 마감한 이맹희(사진) CJ 명예회장에 대해 CJ그룹 측은 이렇게 밝혔다. 84세. 사인은 오랫동안 그를 괴롭혀온 폐암이다. ‘삼성그룹 비운의 황태자’로 불리는 이 명예회장은 제일제당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는 등 ‘총수급 의전’을 받기도 했지만 말년은 순탄치 않은 파란만장한 삶 그 자체였다. 마지막 가는 길도 쓸쓸했다. 자식들의 임종도 없었다. 장남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훔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병철 장남 … 한때 그룹 직함 17개
‘사카린 밀수’때 부자관계 틀어져
제일비료 설립했지만 재기 실패
투병 중인 아들 이재현, 병상서 눈물
이후 이 명예회장은 약 7년간 삼성의 총수 역할을 대행했다. 하지만 화려한 나날은 오래가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 이병철 창업주는 장남인 이맹희 명예회장이 사카린 사건을 청와대에 투서했다고 생각해 결정적으로 부자 간의 사이가 틀어졌다”고 전했다. 결국 사카린 사건이 발생한 지 7년 뒤인 73년 이 명예회장은 17개에 달하던 삼성그룹 직함 중 14개를 박탈당했다. 이후 76년 이병철 창업주가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삼남 이건희(73·현 삼성전자 회장)를 지목한 뒤에는 그룹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이후 약 40년을 중국과 일본 등에서 은둔하며 지냈다. 93년 개인 돈으로 대구에 제일비료라는 중소기업을 세워 비료 개발에 들어갔으나 결국 2003년 폐업했다.
설상가상으로 2012년 말에는 폐암 판정까지 받았다. 일본에서 폐 3분의1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으나 이후 암이 재발해 지금까지 중국에서 치료를 받아 왔다.
이 명예회장의 유족으로는 아내 손복남(82) CJ그룹 고문과 딸 이미경(57) CJ그룹 부회장, 장남 이재현(55) CJ그룹 회장, 차남 이재환(54)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등이 있다. CJ그룹은 이 명예회장의 장례식을 CJ그룹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이채욱 CJ주식회사 대표가 장례위원장을 맡게 됐으며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될 예정이다.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이재현 회장도 아버지 곁을 지키며 상주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재현 회장은 현재 신장이식수술 후유증에 시달리면서 손과 발의 근육이 위축되는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를 앓고 있다. CJ그룹 측은 “중국 정부와의 운구 절차 협의 문제로 장례 시기 및 발인일은 다소 유동적”이라고 밝혔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