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9·3 전승절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은 손을 들어주십시오.”
이날 세미나의 사회를 맡은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이홍구(전 국무총리) 중앙일보 고문이 "박 대통령이 전승절 행사에 참석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 데 따른 질문이었다. 그러나 참석자 가운데 손을 든 사람은 없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통일외교의 입지를 확보하려면 박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 것이다. 이홍구 고문은 “한국과 중국이 함께 일제에 항거해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에 기여한 만큼 참석 명분도 충분하다”고 했다. 다만 전제조건으로 ▶박 대통령이 전승절 행사 참석 전후 시진핑 국가주석과 단독 정상회담을 하고 ▶다음달 중순 미국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인국 전 유엔대사도 “내년은 미국이 주도하는 주요 20개국(G20) 회의가 중국에서 열려 미·중이 근래 가장 가까워질 수 있는 시점”이라며 한국이 이런 상황을 활용해 입지를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평화 오디세이 2015] 8시간 끝장토론
지성들이 쏟아낸 한반도 액션플랜
만남 꺼려온 중·일 정상 서울 초청
올 하반기 3국 정상회담 주선해야
통일 기치 앞세우면 힘의 논리 득세
열린 자세로 토양 조성하는 게 순서
국제사회가 우리 주도의 통일을 지지하도록 하기 위한 ‘가치 창출 외교’가 시급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태식 전 주미대사는 “남북이 단순히 분단됐기에 통일돼야 한다는 건 우리만의 논리”라며 “국제사회가 남북 통일에 공감하려면 통일한국이 지구촌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느냐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 한국이 지구촌에 인식시킨 국가 가치는 ‘정보기술(IT) 산업으로 부유해진 나라’ 정도”라며 “국제사회의 폭넓은 공감을 얻으려면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할 필요가 크다”고 했다.
이홍구 고문은 한국이 국제사회에 통일의 필요성을 설득할 수 있는 가치로 ‘동양평화론’을 제시했다. 그는 “일제에 항거한 우리 독립운동가들은 늘 동양평화를 같이 주장했다. 조선이 해방돼야 아시아의 평화도 가능하다는 설득력 있는 논리였다”며 “남북 분단으로 한반도가 불안하면 동북아 평화도 무너져 미국·중국이 손해를 본다는 걸 이해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령(전 문화부 장관) 중앙일보 고문은 석학 자크 아탈리의 예언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탈리는 한국이 2025년까지 국민총생산이 2배 늘며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의 성공모델이 될 것으로 예견했다. 그는 “하지만 아탈리는 한국이 북한의 정권 붕괴나 무력도발이란 2개의 리스크를 피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이를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은 “통일의 기치를 너무 앞세우면 힘의 논리가 득세할 수 있다. 통일을 성급히 밀어붙이기보다 상호 존중의 열린 자세로 분단 70년의 왜곡과 퇴행을 바로잡고 통일의 토양을 조성해 가는 게 순서”라고 강조했다.
◆ 특별취재팀=강찬호 논설위원, 이영종·고수석 기자,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