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국, 정성껏 준비된 한끼 식사’로 준비된 우렁된장 부추비빔밥 한상 차림. 작은 반찬까지 정성이 안 들어간 것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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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동 골목길’이라고 부르는 작은 거리가 있다. 홍대 가까운 곳에 있지만 북적거리는 홍대 입구 번화가와는 달리 호젓하고 여유로운 곳이다. 그저 평범한 주택가 길이었는데 몇 해 전부터 개성 있는 카페와 식당이 하나씩 들어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예전 모습 그대로의 방앗간·약국·이발소가 있는 거리 사이로 ‘가로수길’이나 ‘삼청동길’에서 볼 것 같은 세련된 느낌의 작은 공간들이 함께 어울리면서 아주 독특하고 운치 있는 길이 되었다.
주영욱의 이야기가 있는 맛집 <64> 서울 마포구 당인식당
이 곳은 이제 서른을 넘긴지 얼마 안된 아가씨 사장님이 혼자서 음식을 하면서 운영하고 있다. 김하나(32) 대표다. 아르바이트 직원 한 명이 서빙과 잡일을 도와준다. 놀랍게도 김 대표는 요리를 한번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고 한다. 원래는 조경학을 전공하고 나서 실내 인테리어 일을 했단다. 자기 가게를 하고 싶어 카페를 시작했는데 밖에서 먹게 되는 식사가 너무 부실했단다. 평소에 좋은 먹거리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건강한 한끼’를 먹고 싶다는 생각에 그 콘셉트로 식당을 하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어머니, 할머니를 따라 이것 저것 직접 만들어 보곤 했던 경험이 자산이었다.
중요한 식재료를 강원도 횡성의 5일장에 가서 구해 온다. 바로 자신의 고향이다. 제철에 나오는 식재료를 구입하기도 하고, 아는 할머니께 부탁 드려서 된장·간장·고추장을 담아 오기도 한다. 깨를 사서 참기름을 짜고 직접 나물을 캐올 때도 있다. 이렇게 구해온 재료로 본인도 먹을 수 있는 ‘덜 요란하지만 건강한 먹거리’를 직접 만든다. 집에서 먹는 음식 그대로 만들기 때문에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지난번에 점심을 먹으러 갔을 때 이 ‘우렁각시’가 차려준 ‘정성껏 준비된 한끼’는 바지락 콩나물국을 곁들인 우렁된장 부추비빔밥이었다. 올 봄에 직접 따서 쟁여 놓았다는 뽕잎순 나물, 오뎅 무침, 열무 김치 같은 반찬이 제육과 함께 곁들여졌다. 강된장 스타일의 양념이 부추와 함께 따뜻한 밥에 얌전히 올려져 있었다. 횡성 시골 된장에 야채·두부·논우렁을 넣고 걸쭉하게 끓여낸 것이다. 역시 시골에서 짜왔다는 참기름을 몇 방울 뿌리고 쓱쓱 비볐다. 한 숟가락 떠 넣는데 예술이다. 깊은 맛이 나는 구수한 된장과 쌉싸름한 부추가 잘 지어진 밥과 아주 잘 어울린다. 중간 중간 씹히는 쫄깃한 우렁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맛을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줬다. 정신 없이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작은 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여기저기 참견하듯 기웃거리다 보니 발걸음이 절로 느려진다. 정성스러운 한끼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져서인지 이 호젓한 작은 길이 더 좋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역시 작은 것이 아름답다. 덕분에 힐링이 되는 것 같다. 지치고 피곤할 때면 이 거리에 들러야겠다. ‘당인식당’의 따뜻한 집밥 메뉴가 이번에는 뭘까 기대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