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들이 우승을 많이 해서 좋긴 한데 이러다 대회가 없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에요.”
요즘 골프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즐거운 비명’이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경이적인 우승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동포를 제외한 순수 한국인 선수의 우승만 12승이다. 벌써 2006년과 2009년의 11승을 뛰어 넘어 한국의 시즌 최다승 기록을 경신했다.
최강 한국 여자골퍼…LPGA 한국 경이적인 페이스 몇 승까지?
올 20개 대회 승률 60%, 미국 겨우 3승
역대 최다승 기록 경신, 15승도 무난
리우 올림픽 태극마크 경쟁 점입가경
‘박인비 효과’가 LPGA투어에서 최다승을 거둔 원동력이 됐다. 임경빈 JTBC골프 해설위원은 “박인비가 든든한 기둥이 됐고, 주도권을 휘어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이전까지만 해도 ‘이제 서서히 외국 선수들이 힘이 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한국 선수들조차도 ‘시즌 초반처럼 한국의 독식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역대로 미국 본토에서 열린 대회에선 미국 선수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최나연·양희영에 김세영·김효주·전인지까지
새 얼굴들의 선전도 윤활유가 되고 있다. 루키 김세영이 2승으로 유력 신인왕 후보에 올랐고, 초청선수로 출전한 전인지가 깜짝 우승을 하자 ‘자신감 바이러스'가 퍼져나갔다. 자극을 받은 신예 장하나(23·BC카드)·백규정(20·CJ오쇼핑) 등도 첫 승 샷을 가다듬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선배가 끌어주고 후배가 뒤를 받쳐주는 모양새다. 팀으로 보면 최상의 ‘팀워크’인 셈이다.
리우 올림픽 티켓 4장의 주인공은
무엇보다도 선수층이 두터워졌다는 게 긍정적인 신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승후보군이 많지 않았지만 올해는 역대 최강의 선수층을 자랑한다. 박인비를 비롯해 관록의 유소연·최나연·양희영 등은 언제든지 우승할 수 있는 톱랭커들이다. 지난해 첫 승을 신고한 이미림(25·NH투자증권)·이미향(22·볼빅), 여기에 루키 김세영·김효주·백규정·장하나도 우승 사냥에 나선다.
미국 선수들의 하향세도 한국 선수들에겐 호재다. 세계랭킹 3위 스테이시 루이스(30·미국)는 '준우승 징크스'에 허덕이고 있다. 임경빈 해설위원은 “미국 선수들이 강세를 나타냈던 본토 대회에서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루이스는 지난해 3관왕(상금왕, 올해의 선수, 최저타수상)을 차지했던 강력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렉시 톰슨(20)과 브리타니 린시컴(30). 크리스티 커(38)도 올해 우승은 했지만 기량이 들쭉날쭉한 편이다.
1년 앞으로 다가온 2016년 리우 올림픽도 한국 여자골퍼들에겐 자극제다. 누구나 올림픽 출전을 탐낸다.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복귀하는 골프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건 영광이다. 박인비는 “메달이 아니더라도 좋다. 꼭 출전하고 싶다”고 했다. 국가당 출전권은 최대 4명이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를 제외하곤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현재 세계랭킹 기준으론 박인비(1위), 유소연(4위), 김효주(5위), 양희영(10위)이 출전권을 획득할 수 있다. 그러나 전인지(11위), 김세영(14위), 최나연(16위)도 추격권에 있다. 얼마든지 역전 가능성이 있다. 임경빈 해설위원은 "올림픽을 향한 간절함이 높은 집중력으로 연결되면서 선수들 간의 선의의 경쟁이 치열해져 성적도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