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에서는 신동빈(60)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신동주(61)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신영자(73)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등 ‘반 신동빈 세력’이 34층을 ‘장악’하고 있는 모양새여서 더욱 께름칙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매월 챙기는 주요 사업 보고에 신 전 부회장과 신선호(82) 일본 산사스 사장이 배석하는 경우가 많아 보안 유지에 어려움이 따르고 ‘한 지붕 두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임직원 우려가 크다”며 “이참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격호 회장 집무실이자 거주지
비서진·가족만 출입 카드 지녀
월 사업보고 땐 신동주·신선호 배석
‘한 지붕 두 목소리’ 나올 수 있어
그룹 내부선 “이참에 바로잡아야”
접근도 쉽지 않다. 34층의 구조는 스위트룸이 있는 다른 호텔의 층과 비슷하다. 이 층에는 본래 스위트룸 3실가량이 있었으나, 나머지 객실은 비워두고 벽을 세워 막아버렸다. 34층에는 롯데호텔 신관 맨 왼쪽에 있는 의전용 엘리베이터로 올라가는 것이 보통이다. 신영자 이사장 등 직계가족과 총괄회장 비서실 직원들만이 카드키를 갖고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오른편으로 들어가면 자동문이 하나 있다. 그 문을 카드키로 다시 찍고 들어가야 신 총괄회장의 거처다. 거실 형태의 집무실에는 10명이 앉을 수 있는 타원형 테이블이 있어 회의를 주재할 수 있다. 그 외에 신 총괄회장의 침실이 있고 별실에는 필요 시 가족들이 묵을 수 있다.
침입자가 들어올 경우에는 무조건 몸싸움을 해 엘리베이터로 다시 탑승시키거나 제압한다. 33층이나 35층 등 인접한 층에서 비상계단으로 들어올 경우에 대비해 34층 양쪽 비상계단에도 남성 직원이 1명씩 배치돼 있다. 이번 사태처럼 1층 로비로 취재진이 몰려들 경우에는 호텔 지하 물류창고나 주차장 등 10여 가지 우회로로 올라갈 수 있다.
비서실 사무 공간은 호텔 뒤에 있는 롯데쇼핑센터빌딩 26층에 있다. 23년째 신 총괄회장을 보필하는 김성회(72) 롯데쇼핑 전무가 비서실장이다. 김 전무는 롯데리아 이사 시절 비서실로 옮겨온 이후 신 총괄회장을 그림자처럼 모셔온 인물로, 신 총괄회장의 잠행 때 동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롯데 임원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다. 비서실 직원은 10여 명으로, 의전과 수행을 맡는 남성 직원 4~5명은 모두 무술 유단자다.
신 총괄회장 비서실 직원들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건물 외부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 실제로 신동주 전 부회장의 성북동 자택에서 가족회의가 열렸던 지난달 31일에는 롯데호텔 34층 주변을 비행하는 드론이 발견됐다. 드론은 34~35층을 배회했고, 이에 비서실 직원들은 급히 유리창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가리는 한편 경찰에 신고하는 소동을 벌였다.
심재우·이현택 기자 jwsh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