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업 외교 지렛대로 출발한 TRQ는 20년이 지나 정부의 농산물 수요·공급 관리 대책 중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종류의 농산품 수요는 느는데 반해 세계 곳곳의 이상 기후와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 불안은 더 심해졌다. 전 세계적으로 농산물 시장의 개방이 확대되면서 TRQ는 한국 뿐 아니라 각국의 물가 안정책으로써의 역할도 해내고 있다.
농산물 수급관리의 진화
농식품부는 올 6월 이후 양파 값이 급등하자 TRQ란 칼을 빼들었다. 관세 50%가 적용되는 양파 TRQ 물량 2만1000t을 조기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단계적으로 수입을 하고 있다. 양파의 정상(고율) 관세는 135%다. 낮은 관세분만큼 국내에 값싼 수입 양파를 공급해 치솟는 가격을 잦아들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잘 쓰면 물가 잡는 칼이지만 조심스러운 사용은 필수다. 국내 농산물 생산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31일 농식품부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수입 밥상용 쌀 3만t, 가공용 쌀 1만1000t에 대한 구매 입찰을 마감한다. 이는 TRQ 물량으로 5%의 낮은 관세를 적용 받아 값이 매우 저렴하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밥쌀 수입은 국산쌀 값 폭락을 불러온다”며 이날 서울에서 항의 집회를 열기로 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저율관세할당(TRQ)=1990년대 초 세계무역기구(WTO)의 농산물 시장 개방 협정 ‘우루과이 라운드’에 기반한 관세 제도. 외국산 농축산물을 수입할 때 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낮은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넘어서는 물량에 대해서 높은 관세를 매기는 방식. 당초 67개 농축산물이 대상이었으나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오렌지 주스 시장이 완전히 개방되면서 현재는 63개 품목이 TRQ 적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