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 또래 친구들이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할 때 ‘반퇴’ 위기에 몰린 운동 선수가 있었다. 국가 대표로 가슴에 태극마크까지 달았지만 그는 과감히 ‘영업맨’으로 변신했다. 20년 후, 쉰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자 이젠 친구들이 반퇴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회사 내에서 ‘1등 지점장’으로 불린다.
코트서 다진 뚝심·체력으로 1등 지점장 … 지금도 펄펄 날지요
그렇지만 배구로 다져온 승부 근성이 마 지점장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일과가 끝난 뒤 밤 12시까지 부하 직원에게 반년 간 ‘특별 과외’를 받으면서 그는 영업맨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지금도 매일 일간지와 경제지 4개, 각종 잡지를 읽으며 소비자 동향을 파악한다.
운동선수 특유의 적극성과 사회성, 그리고 강한 체력은 ‘지점장 마낙길’만의 차별화 포인트였다. 현대차에서 부장만 할 수 있는 서울 시내 지점장을 과장 시절부터 역임했다. 2004년 모교인 성균관대 앞 혜화 지점장으로 부임해 현대차 최연소 지점장 기록을 아직도 갖고 있다. 서울 혜화·문정, 남양주, 평택 안중 등 마 지점장으로 부임했던 4곳 모두 ‘최우수지점’ 타이틀을 달았다. 마 지점장은 “고려증권은 사라졌지만 현대차는 아직 프로배구에서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특히 새로운 인생인 ‘지점장’을 만들어줬으니 직장이 고맙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제는 ‘마 지점장’으로 더 자주 불리는 그는 25살짜리 큰 딸, 대학교 4학년인 둘째 딸,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인 ‘늦둥이’ 막내 딸까지 세 딸의 아버지다. 그에게 “배구 코트로 다시 돌아갈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마침 대학-실업 직속 후배인 임도헌 코치가 삼성화재 감독이 되는 등 선수 시절 그의 동료들이 프로배구 감독으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 지점장은 “당분간 배구계 복귀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나는 배구인 이전에 현대맨이에요. 별(이사)은 달아야죠. 세 번째 인생으로 현대 배구단 단장도 한번 해보고 싶고요. 아 참, 차 필요하면 연락하세요.”
글=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