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으로는 고령의 창업주가 차남인 신동빈(60)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일선에서 물러난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지난 27일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이 주도한 ‘쿠데타’를 진화한 것이란 게 재계의 시각이다. 신 전 부회장은 올해 초 일본 롯데 주요 보직에서 해임돼 후계 구도에서 밀려났었다.
신동주, 아버지 앞세워 동생 신동빈 회장 해임 시도
신동빈, 이사회 열어 반격 … 아버지 명예회장으로 추대
롯데그룹 고위 임원은 “신격호 명예회장이 치매는 아니지만 고령으로 정상적인 상황 판단이 안 되는 경우가 잦아서 이런 일이 생길까봐 그동안 조마조마했다”며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은 해임된 이후 줄곧 아버지 신 회장을 찾아와 잘하겠다, 용서해 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다”고 전했다.
장남의 쿠데타는 성공으로 끝나는 듯했지만 신동빈 회장이 반격에 나서 하루 만에 상황을 반전시켰다. 호리모토 유지(堀本祐司) 일본롯데홀딩스 홍보실장은 28일 본지와 통화에서 “27일 해임 결정은 이사회를 통과한 안건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28일 긴급 이사회 결과 신 총괄회장은 대표이사 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고 덧붙였다. 한국 롯데 측은 “경영권과 무관한 사람들이 신 총괄회장의 법적 지위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날 신 총괄회장은 맏딸인 신 이사장과 함께 오후 9시56분 KE 2710편으로 귀국했다. 두 사람 다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글=심재우 기자 jwshim@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