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6시37분 동대문 종합시장 앞. 본지는 동대문시장과 만리동 봉제공장을 오가는 길 중 ▶서울역 고가 직행길과 ▶시청 앞 교차로에서 유턴해 염천교를 거쳐 우회하는 길의 소요 시간을 비교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 서울역 고가를 보행로로 바꿀 때 생기는 교통 변화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걷는 도시' 서울 <3> 서울역 고가 공원화
'봉제공장 배달 루트' 기자가 오토바이 타고 시간 재보니
봉제공장 업주들은 우회로 이용으로 지체되는 이 10분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상태(51) 락어패럴 대표는 “오토바이 퀵서비스 기사들이 하루에 만리동~동대문 구간을 열 차례 이상 다니는데 한 번에 10분이 지체되면 하루에 100분 이상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가는 시간이 늘면서 수입이 줄게 된 기사들이 서너 집 주문이 쌓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원단을 나르게 될 것”이라며 “납품 시간 때까지 제대로 제품을 만들지 못해 다른 지역에 일감을 뺏길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봉제산업협회에 따르면 만리동 인근 봉제공장 수는 1330여 곳으로 근로자수는 5000여 명에 달한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고가가 공원으로 바뀌면 시장 주변 주차난이 가중돼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끊길 것을 우려한다. 남대문시장에는 현재 1만172개의 점포에 5만여 명이 일하고 있다. 여성복 소매점을 운영하는 김모(54)씨는 “인삼·화장품·액세서리·옷 등 남대문에서 취급하는 제품군은 관광버스를 타고 오는 일본·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고가가 공원이 되면 차가 더 막히고 가뜩이나 좁은 관광버스 주차공간이 줄어 관광객이 급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방 가게 종업원인 이원준(26)씨는 “청계천 때도 고가가 사라진 뒤 늘어난 관광객들이 남대문으로 유입된다고 했지만 지금 관광객은 청계천에서만 머물다 떠나고 있다”고 했다.
고가 인근 지역 주민과 직장인들 사이에선 찬반이 나뉘었다. 서계동에 건물을 갖고 있는 전연홍(73)씨는 “아직도 재래식 화장실이 있는 집이 있을 정도로 낙후된 지역”이라며 “공원이 들어서고 지역이 함께 개발된다면 공원화 방안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서울역 인근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김민규(34)씨는 “쓰레기 차고지에 노숙인까지 많아서 마땅히 산책할 곳을 찾지 못했는데 공원이 생기면 지금보다 더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반면 직장인 김성준(46)씨는 “매일 고가로 출퇴근을 하는데 고가가 없어지면 주변도로까지 막혀 교통난이 심해질 것”이라며 “일부러 고가까지 올라가서 산책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림동 주민인 이충웅(70)씨는 “고가 철거 비용(80억원)보다 공원을 만드는 비용(380억원)이 다섯 배 가까이 많이 들어가고 반대도 적지 않은데 굳이 공원을 만들려는 이유가 뭐냐”고 반문했다.
시민 의견 수렴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희창(새누리당) 서울중구 구의회 의원은 “고가를 공원화하고 보행공간으로 만드는 계획 자체에 반대하진 않는다”면서도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만 해도 10년에 걸쳐 공원화를 마쳤는데 서울시는 너무 급하게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긍정(48%)과 부정(52%)으로 갈렸다. 다음소프트가 2014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트위터와 블로그에 오른 고가 관련 글을 분석한 결과 긍정 연관어에는 ‘다양하다’ ‘즐기다’ ‘기대하다’ 등이 나왔다. 부정 연관어는 ‘반대하다’ ‘위험하다’ ‘논란’ 같은 단어들이었다.
글=박민제·김나한 기자, 사진=김경빈·강정현 기자 letm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