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불꼬불 산길을 오르는데 갑자기 하늘이 확 열린다. 장암산 활공장이다. 여기서 직사각 패러글라이더를 달고 몇 발짝 뛰면 바로 창공이다. 발 아래 평창강이 아찔하다. 강을 거슬러 오른쪽으로 굽이굽이 돌아가면 그 끝은 계방산이다. 강물이 만든 땅 위에 앉은 동네, 평창은 아담하다. 올 6월 기준으로 군청 소재지인 읍에는 8940명이 산다. 진부면이 9472명으로 더 많은데 이쪽에 관광지가 널려 있고 영동고속도로가 지나가니 그렇다.
장암산 뒤에 청옥산이 있다. 해발 1200m를 넘는 이 산꼭대기가 육백마지기라는 이름의 넓디넓은 밭이다. 땅 한 뼘이라도 더 얻으려 스며든 화전민들이 일궜다. 화전은 이제 고랭지 채소밭이 됐다. 능선에 서면 가리왕산을 비롯한 고봉들이 사방으로 출렁인다. 풍력발전기들이 밭을 가르며 북서쪽을 보고 일렬종대로 서 있다. 초속 4m 이상의 바람이 불어야 전기를 만든다니, 산맥 타고 북풍이 몰려 내려오면 바람개비들은 신바람이 날 테다. 미탄면사무소에서 정상까지 포장이 돼 있어 승용차로도 너끈히 오른다. 산 위는 섭씨 25도, 내려오니 31도였다.
해발 1200m 산 위의 밭 육백마지기
평창=글·그림 안충기 기자 newnew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