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카리스마 없어서 …” 박지원 “호남 타령 죄송”

중앙일보

입력 2015.07.23 00:45

수정 2015.07.23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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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가 없어 죄송합니다.”(문재인 대표)

 “자꾸 ‘호남 타령’만 해서 죄송합니다.”(박지원 의원)

SNS에 ‘자아비판’글 올리기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23일 시작할 ‘셀프디스 캠페인’의 한 대목이다. 셀프디스는 ‘자신(self)’과 ‘무례하게 굴다(disrespect)’를 합친 인터넷 용어다. 한마디로 ‘자아비판’하기다.

 안규백 전략홍보본부장은 “당 의원들이 참여하는 ‘셀프디스 캠페인’을 시작한다”며 “당 홈페이지와 페이스북·트위터 등에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첫 주자로 문 대표와 박 의원이 나선다. 문 대표는 ‘카리스마’를 주제로 자아비판을 할 예정이다. 문 대표는 “사람들이 제게 ‘카리스마’가 없다고 합니다. 초선이라 정치를 잘 모르니 매번 강하게 나가지 못한다고도 합니다”고 적기로 했다. 이어 “ 이런 단점은 평생을 인권변호사 활동을 한 데서 비롯됐습니다.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 이게 제가 살아온 방식입니다. 그리고 그게 제 약점입니다. 제 약점을 정치권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라고 결말을 맺는다.


 박 의원은 자신이 왜 ‘호남 맹주’라는 말을 듣는지를 주제로 삼았다. 박 의원은 “제가 입만 열면 호남 얘기만 하는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라고 한 뒤 “서러웠습니다. 호남 출신이라는 것만으로 버려진 자식 취급을 받는 게 슬펐습니다”라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예정이다. 그런 뒤 “미국에서 사업에 성공하면 꼭 호남에 돌아와 힘이 되고 싶었습니다”라는 내용을 덧붙일 것이라고 한다.

 두 사람을 자아비판하게 만든 이는 문 대표가 영입해온 손혜원 홍보위원장이다. ‘처음처럼’ ‘참이슬’ 같은 브랜드를 작명한 손 위원장이 낸 첫 작품이 ‘셀프디스 캠페인’이었다. 당 핵심관계자는 “21일 비공개 고위전략회의에 처음 참석한 손 위원장이 직접 캠페인 의도를 설명하며 시안을 선보였는데 문 대표가 흔쾌히 동의했다”며 “일부 당직자가 ‘이미지 관리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지만 문 대표가 ‘나는 좋다’면서 추진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고 말했다.

 문 대표와 1번타자로 나설 인사론 손 위원장이 비노 진영의 박 의원을 먼저 지목했다. 셀프디스 캠페인의 취지를 들은 박 의원도 동참 의사를 밝혀왔다고 당 관계자가 전했다.

 셀프디스의 내용은 주제부터 퇴고까지 손 위원장이 관여한다. 첫 주자인 박 의원 측이 셀프디스의 마지막을 ‘당과 함께 승리로 이끌겠다’라고 가져오자 손 위원장은 “마무리를 익살스럽거나 재미있게 끝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손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셀프디스의 핵심은 자신을 스스로 내려놓는 것”이라며 “그래야만 약점이 장점으로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캠페인엔 앞으로 이종걸 원내대표와 당 최고위원 등 20명이 차례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어 소속 의원 130명 중 100명까지도 원하면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손 위원장이 의원들과 인터뷰하면서 주제를 상의하고 제목과 문장을 다듬어 주기로 했다.

 새정치연합은 손 위원장 주도로 당 슬로건과 현수막 문구를 수정하는 작업도 마쳤다. 여름철을 맞아 당 슬로건을 ‘시원한 정치로 거듭나겠습니다’로 바꾸고 23일부터 여의도 당사 등에 현수막을 내걸기로 했다. 의원별 맞춤형 슬로건도 만든다. ‘새정치가 꿈꾸는 세상’이란 제목과 함께 의원들이 평소 중시하는 가치를 현수막에 담기로 했다. 21일 당 회의에선 ‘원전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문 대표), ‘군대가 스펙이 되는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다’(김광진 의원)는 내용이 보고됐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