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니치(每日) 신문의 17·18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8% 포인트 늘어난 51%로 집계됐다. 2012년 12월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5%로 집계된 지지율도 출범 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는 아베 내각이 안보법안에 대한 헌법학자의 위헌론 제기와 야당·시민단체의 반대에도 아랑곳 않고 3분의 2가 넘는 수적 우위를 앞세워 법안을 처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지 안 해” 51% … 첫 과반 기록
응답자 68% 안보법안 강행에 불만
도쿄·홋카이도 등 전 지역에서 시위
원로 문학인들, 구호 직접 만들어
교도통신은 아베 정권에 대한 여론 악화가 여당이 과반인 참의원에서의 법안 심의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아베 내각은 여론의 반발과 관계없이 9월 말까지의 정기국회에서 안보법안을 성립시킬 방침이다. 아베 총리가 내달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에 대해서는 50.8%가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 및 사죄’를 담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내용을 ‘담을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32.2%였다.
지지율 하락에 이어 ‘아베 정치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시위 구호까지 등장했다. 18일 도쿄·나고야(名古屋)·홋카이도(北海道)·히로시마(廣島)시 등 일본 전역에서 시민들이 ‘아베 정치를 용서하지 않겠다(アベ政治を許さない)’는 글귀가 적힌 종이를 들고 집단 자위권 법안 강행 처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도쿄 국회의사당, 나고야 시 중심부 광장 등에서 시위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은 ‘아베 정치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적힌 종이를 펴 들고 구호를 외쳤다.
집단 자위권 반대 시위의 상징이 된 이 문구는 원로 문학인 두 명의 손에서 탄생했다. 논픽션 작가 사와치 히사에(澤地久枝·85)가 문구를 구상했고 일본 하이쿠(전통시) 시인 가네코 도타(金子兜太·96)가 직접 붓글씨로 썼다. 사와치는 “국민의 알 권리 침해 논란이 제기된 특정비밀보호법 제정, 원전 재가동 추진, 그리고 이번 집단 자위권 법안까지 민의를 거스르며 자기 뜻을 관철하는 아베 정권에 대한 분노를 담아 구호를 만들었다”고 말했다고 도쿄신문이 19일 보도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서울=서유진 기자 hwas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