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9개월 앞둬 사실상 총선 체제라고 볼 수 있는 새누리당의 당직 인선이 14일 발표됐다. 김무성 대표 체제 2기다. 당직 인선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비영남’ 무계파’ ‘김무성의 사람들’이었다.
원유철·황진하·박종희 경기 출신
내년 총선 수도권 과반 위한 포석
김 대표가 13일 “탕평인사를 하겠다”고 예고한 대로다. 신임 당직자 중 황 총장, 조 원내수석부대표, 이장우·신의진 신임 대변인과 박 부총장 등은 범친박계 인사로 분류되지만 계파 색채는 엷다고 당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박종희 부총장은 서청원 최고위원과 가까워 굳이 따지면 서청원계로 분류된다.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를 적극 요구했던 이 대변인은 2012년 이후 새롭게 형성된 ‘충청 친박’이면서 이완구 전 총리와도 가깝다. 원유철 원내대표와 김정훈 정책위의장, 홍문표 사무부총장 등은 비박계로 분류된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선된 김 정책위의장은 당시 초선 시절에 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폭탄주를 대신 먹어주던 ‘흑기사단’의 한 명이다.
김 대표 2기 인선의 마지막 키워드는 ‘김무성의 사람들’이다.
당초 사무총장으로 유력시되던 한선교 의원 대신 황진하 의원 쪽으로 방향이 틀어지자 당내에선 “김 대표가 ‘유승민 사태’ 이후 친박계에 밀리고 있다”는 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결과 “계파색이 엷은 당직자들 대부분이 김 대표와 가깝다. 숨은 승리자는 ‘무대’(김 대표의 별명)”라고 말하는 의원이 많다. 실제로 황 총장과 조 원내수석부대표는 모두 ‘원조 친박계’로 김 대표와 인연이 깊다. 조 원내수석부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통과 과정에서 김 대표와 거의 매일 만나다시피 하며 보고했고, 김 대표는 그의 추진력을 높이 샀다고 한다. 김 대표의 대학(한양대) 후배인 김 정책위의장은 김 대표가 4선을 지낸 지역(부산 남을)의 옆 지역구(부산 남갑)다.
한 핵심 당직자는 “이번 인사의 숨은 2인치는 홍문표 사무1부총장”이라고 말했다. 공천 업무 총괄은 사무총장이 하지만 실무는 1부총장이 한다. 홍 부총장은 전신인 신한국당 때인 2000년 사무부총장을 맡아 당시 이회창 총재의 ‘개혁공천’을 주도했다. 공천 탈락자들이 그가 사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오물을 뿌리고 가족들의 신변을 위협했지만 꿈쩍하지 않아 당시 “대단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 대표는 그때부터 홍 부총장을 눈여겨봤다고 한다.
이가영·정종문 기자 idea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