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삼성·현대차·SK·LG 등 ‘주요 그룹 사장단’ 27명이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긴급 회동’을 했다. 경제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는데 정부 정책만으론 이를 돌파하는 데 힘이 부친다는 우려에서다.
이들은 회의 끝에 “기업이 먼저 나서겠다”는 공동 성명서를 냈다. 회의엔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차 부사장 등이 그룹을 대표해 모였다. 주요 그룹이 모여 하나로 목소리를 낸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뒤 처음이다.
주요 그룹 사장단 27명
금융위기 후 첫 공동성명
이어진 비공개 회의도 비장함의 연속이었다. 사장단에 따르면 ‘메르스가 부른 경제 후유증이 금세 끝나지 않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특히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체감 지표가 정부 발표치보다 훨씬 나쁘다는 공감대가 일었다”고 말했다. 대책을 논의하는 대목에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같은 경제활성화 법안의 통과가 지연된다’며 국회를 성토하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회의는 예정된 시간을 넘겨 한 시간 이상 진행됐다. 그리고 ‘기업인 공동 성명서’가 나왔다. 성명서 제목엔 ‘경제난’이란 문구가 선명했다. 먼저 재계는 투자를 계획대로 집행해 일자리를 창출키로 했다. 또 새로운 수출 품목을 적극 발굴해 성장 엔진이 꺼지지 않도록 나설 참이다. 여기에 내수 불씨를 지피기 위해 전통시장 살리기, 국내 여행 가기 운동, 외국 관광객 유치에 적극 뛰어들기로 했다.
회의 직후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기업이 엄살 부린다는 시각도 있는데 정말 위기에 처했다”며 “(경제인 사면과 관련) 사령탑 없는 경제의 문제가 심각한 만큼 정부와 국민이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임지수 기자 yim.ji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