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의 이력엔 ‘화해’ ‘협상’ 등의 단어가 들어간 직책이 유난히 많다. 1980년대와 90년대 대한민국 정당 간 통합 또는 연대 협상엔 그의 이름이 단골로 올랐다. 파란만장한 정치 인생을 떠난 그가 ‘통합’이란 명칭이 담긴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건 그래서 운명 같다. 한 위원장에게 타협과 소통의 철학을 물은 것도 그 때문이다.
한 위원장이 말하는 타협 비결
한국 정당 선거에 처음으로 국민경선을 도입한 게 한 위원장이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그는 국민경선제도를 밀어붙였다.
“ 두 달 동안 당무회의를 매일 열다시피 했다. 기득권이 있는 사람은 국민경선을 안 하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욕도 많이 먹었다. ‘저놈 뭐냐’는 소리까지 들었으니. 그런데 욕을 하든 말든 그냥 들어줬더니 두 달 만에 만장일치로 국민경선제에 동의하더라. 강운태 의원이 나보고 ‘생불(生佛·살아있는 부처)’이라는 별명을 만들어줬다.”
그는 ‘오늘(8일) 여의도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논의하는 의원총회가 열린다’고 하자 “요즘 정치는 몰라”라며 입을 다물었다. 그러곤 이런 걱정을 털어놓았다. “영국에선 의사당 불빛이 밤늦게 템스강에 비칠 때 국민들이 안심한다고 한다. 우리도 경제가 어렵고, 나라가 곤경에 처했을 때 국회의사당에 밤늦도록 불이 환하게 켜지면 국민들에게 위안이 될 텐데….”
박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