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주재 한국 총영사관과 현지에 파견된 행정자치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사건 개요는 이렇다. 5일 오전 3시13분쯤 지안시 홍콩시티호텔 당직 보안요원이 밖에서 ‘퍽’ 하는 소리를 듣고 놀라 나와 보니 호텔 현관 바로 옆에 한 남자가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다. 최 원장이었다. 위를 보니 4층 객실 창문이 열려 있었다. 그는 곧바로 긴급 구호 번호인 ‘120’을 눌렀다. 동시에 지안 공안 당국에 관련 내용을 신고했다. 출동한 공안은 쓰러진 남자를 구급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갔지만 최 원장은 이날 오전 3시36분 의사로부터 사망 진단을 받았다. 출동한 지안시 공안이 최 원장이 투숙했던 4층 객실을 조사했다. 객실은 깨끗이 정리돼 있었고 내부 탁자 위에 볼펜 자국이 남은 메모지가 발견됐다. 메모지 한 귀퉁이에 큰 물음표(?)가 그려져 있었지만 유서는 없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을 물음표로 대신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 원장은 행정자치부 사무관과 같이 방에 투숙했는데 사건 당시 이 사무관은 밖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호텔 4층서 투신 … 유서는 안 남겨
중국, 자살 결론냈지만 여전히 의문
“수습 마무리, 극단선택 이유 없어”
“인명 피해 커 압박감 느꼈을 수도”
희생자 10인 시신 오늘 한국에
이번 사건이 최 원장과 전혀 관계가 없어 도덕적 책임감에 시달릴 이유가 없었다는 점도 그의 자살 가능성에 대한 의문으로 남는다. 개인적인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행자부 관계자는 “사고 수습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시점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울증 등 기저질환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행정자치부 정책기획관, 강원도 행정부지사, 안전행정부 기획조정실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쳐 올 1월 지방행정연수원장에 임명됐다.
한편 이번 사고로 숨진 공무원 시신 10구와 유가족들이 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장례는 사망 공무원이 속한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치러진다. 지안시 공안 당국은 4일 이번 사고의 원인과 관련, “사고 버스의 블랙박스를 조사한 결과 사고 당시 주행속도는 시속 66~88㎞로 해당 도로의 제한속도를 초과했다”며 “이번 사고가 과속 및 운전 부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서울=박현영 기자 chkc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