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공단 가발공장 배옥병 여성 노조지부장, 34년 만에 무죄

중앙일보

입력 2015.07.05 15:38

수정 2015.07.0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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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전두환정권 시절 구로공단에서 노동조합을 만들어 농성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1년 6개월간 옥살이를 한 배옥병(57ㆍ여) 전 ㈜서통 노조지부장이 34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배 전 지부장은 80년 5월 구로공단 가발공장인 ㈜서통에서 동료들과 서통노조를 결성했다. 그 무렵 비상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한 신군부는 ‘노동조합 정화’ 명목 하에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핵심 간부들을 불법체포해 수사했다. 배 전 지부장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보안사 수사관들에 의해 영장 없이 서빙고 보안분실로 연행돼 지부장직을 박탈당했다.

‘전두환정권 때 노조 농성이유 1년 6개월 옥살이’
배옥병 전 서통 노조지부장, 34년 만에 무죄 선고

하지만 서통노조는 이듬해 5월 임금인상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회사 강당에서 노조원들을 모아놓고 농성을 벌였다. 노조 창립 1주년을 맞아 노조기관지인 ‘상록수’를 배포하기도 했다.

경찰은 배 전 지부장을 다시 영장 없이 연행해 상록수 배포 및 노조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행사했다는 혐의(옛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로 7월 구속기소했다. 82년 대법원까지 간 끝에 징역 1년6개월이 확정됐다.

배 전 지부장은 30년 만인 지난 2012년 서울고법에 이 사건 재심을 청구했다. 또 당시 국가보위법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이와 관련,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국가비상사태 하에서 근로자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제한한 국가보위법 일부 조항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김상준)는 옛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국가보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배 전 지부장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보위법은 헌법이 요구하는 국가긴급권의 실체적 발동요건, 사후통제, 시간적 한계에 위반돼 헌법에 어긋나 위헌”이라며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한 국가보위법상 규정들도 모두 위헌”이라고 무죄 선고 이유를 말했다.

1970~80년대 노동운동의 대모격인 배 전 지부장은 현재 친환경 무상급식 풀뿌리 국민연대 상임위원장, 나쁜 투표 거부 시민운동본부 상임대표 등을 맡고 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젊은 시절 억울하고 힘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바로 잡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