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부시 대통령 석유개발로 富 쌓고 정계 진출
美 최고 정치 명문가는 케네디 집안
루스벨트 가문도 대통령 2명 배출
클린턴·부시家 24년 만에 재대결 임박
부부대통령, 3부자 대통령 탄생 관심
루스벨트 가문도 미국에서 손꼽히는 정치 명문이다. 대통령 2명(2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과 32대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과 부통령 1명, 주지사 2명을 배출했다.
부시 집안은 텍사스에서 석유개발사업으로 막대한 부(富)를 쌓은 후 정치 명가를 이뤘다. 부시 가문에서 정치적 선구자는 프레스컷 부시로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 아버지다. 프레스컷 부시는 공화당 소속으로 연방 상원의원을 지냈다. 아들 조지 HW 부시는 1948년 예일대를 졸업한 후 텍사스로 이주했다. 이때 석유개발로 엄청난 돈을 번 후 아버지를 따라 정계에 입문해 결국 대통령까지 지냈다.
클린턴 올 2분기 선거 모금액 사상 최대
이처럼 미국 정치에서 대를 이어 명문가라는 전통이 이어질 수 있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우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미국 선거에서 정치 명문가 출신의 후보들은 그 명성에 힘입어 쉽게 자금을 모을 수 있다. 힐러리 클린턴의 경우 올 2분기 모금한 선거자금이 4500만 달러(약 504억 원)에 달한다. 역대 최고치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기부금의 상당 부분이 클린턴 부부가 운영하는 ‘클린턴 재단’을 통해 들어왔다. 남편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정치 자금줄이 힐러리 후보에게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이유는 인적자원과 조직의 전수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딕 체니 전 부통령이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 국방장관을 지냈던 그는 아들 부시 대통령 때는 부통령에 올라 대를 이어 부시 가문을 도왔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도 아버지 부시 재임 때 국가안보 특별보좌관을 맡았다. 아들 부시 때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지냈다. 현재 힐러리 진영의 참모들 중에는 남편과 함께 일을 했던 인물들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클린턴 부부의 외동딸 첼시의 정계 진출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다. 클린턴 재단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첼시가 정치에 뛰어드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 워싱턴 정가의 시각이다. 이처럼 정치 자금과 인적자원의 전수는 정치 명가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서정건 경희대 정외과 교수는 “일반 미국인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은 의외로 적다. 선거 때 상·하원의원 선거 입후보자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무명의 정치 신인이 자신을 알리기는 쉽지 않다. 미국에서 정치 가문이 형성되는 이유 중 하나는 선대 정치인들의 인지도에 힘입어 선거에서 유리한 입장에서 싸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부정적 이미지 우려 선거 슬로건서 姓 제외
하지만 가문의 후광이 달갑지 않은 경우도 있다. 정치 명문가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같은 집안의 정치 선배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2016년 대선에 나선 클린턴과 부시도 가문의 후광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눈치다. AP통신은 그 이유를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과 부시 전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 등으로 인해 일반 유권자들이 두 가문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가 호의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감안 두 후보는 독자적 이미지 구축에 적극적이다. 클린턴이 내세운 선거 로고는 가문의 성(姓)을 뺀 ‘미국을 위한 힐러리(Hillary for America)’다. 성 대신 자신의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부정적 이미지를 탈색시키겠다는 의도다. 부시도 가문의 이름을 쓰지 않고 ‘젭! 2016(Jeb! 2016)’이라는 선거 로고를 내세우고 있다. 자신의 역량으로 심판을 받겠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15일 부시가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한 출정식에 아버지와 형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서 교수는 “정치 명가 출신 정치인의 경우 가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득실을 철저히 따져 선거에 활용한다. 이는 승리를 위한 기본 전략”이라고 말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