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는 3일 자문 보고서를 통해 “합병 절차가 법을 준수하고 있지만 삼성물산의 주식 가치가 저평가돼 있어 주주에게 현저히 불리하다”며 “합병 이후 시너지 효과에 대한 전망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 주주에 불리" 보고서
삼성 "경영환경 등 반영 안 돼"
재계 "투기적 공격, 경영 위협"
합병 결의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이기 때문에 참석 주주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참석률을 예년과 비슷한 70%로 가정하면 삼성은 47%의 찬성표를 확보해야 한다. 현재 삼성물산 측의 확실한 우호지분은 19.77%.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은 국민연금(11.61%)과 국내 자산운용사(7.5%)가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지분이 8%포인트 이상 더 필요하다.
ISS의 보고서가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외국계 헤지펀드 한국 지사장은 “ISS와 다른 투자 판단을 할 경우 회사 내부 심의위원회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외국계 펀드는 이들의 의견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ISS의 보고서가 경영 환경이나 합병의 당위성과 기대효과, 해외 헤지펀드의 근본적인 의도 등에 대해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과거 ISS가 이학수 당시 구조조정본부장의 이사 재선임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상당수 외국인투자가는 찬성표를 던졌다”며 “이번에도 엘리엇에 반대하는 외국인이 많다”고 설명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현 이사진을 교체하자”며 공격 수위를 한층 더 높이고 있다. 엘리엇은 합병 반대를 위해 개설한 홈페이지에 “합병이 실행되지 않는 경우 주주들은 삼성물산의 격에 맞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해 진정한 주주 가치 구현을 요구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과거 삼성물산과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던 영국계 헤지펀드 에르메스는 이날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정밀화학 지분을 5.02%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는 “최근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지분 매입이 잇따르면서 외국계 자본의 공격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며 “투기적 공격에 계속 노출된다면 경영 안정성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용·김현예 기자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