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여초 시대’ … 여성친화적 사회를 고민할 때다

중앙일보

입력 2015.07.0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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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학적 ‘여초(女超) 시대’가 시작됐다. 올 인구통계 추계에서 여성 인구가 남성 인구를 앞질렀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5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은 2531만5000명, 남성은 2530만3000명으로 여성이 처음으로 1만2000명 정도 많아졌다. 고령화의 영향이 가장 크다. 전체 여성 인구 중 다섯 명에 한 명(20.8%)이 60대 이상이고 이 연령대에선 여성이 남성보다 100만 명 이상 많은 걸로 추산된다.

 60대 미만에선 여전히 남성 인구가 많지만 의미 있는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0~9세 인구수는 남아가 여아보다 14만 명 정도 많지만 이는 40만 명 이상 차이가 났던 2000년에 비하면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출생성비(여아 100명당 남아 수)도 지난해 105.3(2000년 110.2)으로 정상 출생성비(103~107)를 유지했다. 남아선호사상이 옅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인구학적 변화에 따라 우리 사회·문화·생활 등 전 영역에 걸쳐 성 역할과 기능 및 인구의 활용 방안 등을 재조정할 필요가 커졌다. 특히 우리 사회는 가정생활이나 인력 활용 등에서 남성우위 사고가 여전히 강하다. 이번 보고서에서도 가사 문화와 인력 활용의 불균형이 나타난다. 한 예로 전반적 스트레스에선 여성과 남성이 비슷하지만 가정생활에 대해 느끼는 스트레스 강도는 여성(51.4)이 남성(38.9)보다 훨씬 높고 실제 가사관리 시간도 여성(2시간27분)이 남성(31분)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가정 내 역할분담이 여성에게 불리한 문화가 지속되고 있다. 또 대학진학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많고 사회진출도 활발하지만 취업 시 신분보장이나 승진 등에서 불이익은 여전하다.

 앞으로 인구학적으로 여성이 다수인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해서라도 여성 인력을 십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다. 성 역할의 고정관념을 확 바꾸는 인식의 전환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여성친화적 사회를 만들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