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백건우의 베토벤을 들을 수 없었다. 백건우는 한 작곡가를 골라 오랜 시간 연구하고 파고드는 피아니스트다. 베토벤 이후 그는 슈베르트·브람스에 빠져들었다. 소나타·협주곡으로 국내 청중을 만났다.
26·27일 예술의전당서 연주
프랑스에 머물고 있는 백건우는 16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베토벤 곁을 떠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작품 곳곳에서 상상도 못할 음악의 혁신을 보여주는 베토벤은 탐험할수록 신비한 작곡가”라며 “내년 칠순이 되기 전에 베토벤의 세계를 더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11월 다시 내한해 뮌헨 필하모닉(지휘 발레리 게르기예프)과 베토벤 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하면서 베토벤의 후반기 협주곡 시리즈를 완성한다.
한 작곡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연주하는 이유는 “작곡가의 세계를 통째로 보기 위해서”다. 그는 “따로 떨어뜨려 연주하면 하나의 작품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며 “원래 베토벤 협주곡을 한 곡만 공연할 때도 5곡 전부를 동시에 공부하는 방식으로 연주해왔다”고 설명했다.
9월 독주회에서는 스크리아빈의 세계를 탐구한다. 올해 서거 100주년을 맞은 러시아 작곡가다. 그는 “한 작곡가를 들여다보며 연주하는 방식에는 당연히 시간이 더 걸린다. 하지만 시각을 넓히기 위해 늘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