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정권 때 김기수 총장은 1년 아래인 김종구 장관이 임명되자 임기를 한 달 남기고 사퇴했다. 당시 법조계에선 대통령 차남인 김현철씨를 구속시킨 책임을 물어 청와대가 총장의 자진 사퇴를 유도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노무현 정권 때 강금실 장관은 송광수 총장보다 사법시험이 10년이나 후배였다. 당시 송 총장은 임기를 마쳤지만 강 장관과의 갈등설이 여러 차례 불거졌다. 천정배 장관 역시 김종빈 총장보다 사법시험 3년 아래였다. 김 총장은 동국대 강정구 교수의 불구속 수사를 지휘한 천 장관에 반발해 임기를 1년6개월이나 남기고 사표를 던졌다.
검찰총장보다 후배인 법무장관이 왔다고 총장이 임기를 못 채우고 옷을 벗는 관행은 이제 사라질 때가 됐다. 청와대도 김진태 총장의 임기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현직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으로 임명돼 임기를 못 채우는 사례는 없어진 지 오래다. 이는 검찰의 독립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전통이다. 총장이 마지막 자리라고 생각해야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검찰을 지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총장 임기제를 보장한다고 반드시 검찰 독립이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메르스 사태로 관심 밖으로 밀려난 듯하지만 국민은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국민은 검찰총장이 임기를 채우는 데 관심을 갖기보다는 권력형비리 수사를 얼마나 엄정하게 지휘하는지를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