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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선 스틱 PC 2500여 대 팔려
미래형 컴퓨터로 불렸던 스틱 PC는 올해를 기점으로 상용화 궤도에 올랐다. 스틱 PC는 USB 형태의 작은 몸집에 윈도 같은 운영체제와 메모리카드, 저장 공간 등을 갖춘 컴퓨터의 본체다. TV·스크린에 연결해 웹서핑을 즐기고, 풀HD 화질의 동영상을 감상하거나 문서작업을 할 수 있다. 지난달 국내에 출시된 길이 11㎝, 무게 48g인 대우루컴즈의 스틱 PC는 출시 한 달여 만에 2500여 대가 판매됐다. 쿨링팬을 장착한 인텔의 컴퓨트스틱, 크롬OS를 탑재한 구글의 크롬비트도 나온다.
컴퓨터 소형·고성능화 기술 어디까지
먼지만큼 작은 크기의 컴퓨터인 ‘스마트 더스트’도 나왔다. 미국 미시간대 전자컴퓨터공학연구소는 지난 4월, 쌀알만 한 크기(1×2×0.5㎜)의 컴퓨터인 ‘M3(Michigan Micro Mote)’를 개발했다. 초소형이라 키보드, 마우스, 모니터를 연결할 수는 없지만 고주파를 이용해 정보를 주고받는다. 피부 밑에 삽입해 혈액 흐름 같은 생체 정보를 분석할 수 있다.
컴퓨터의 초(超)소형화 혁명이 가능해진 건 초정밀 반도체 기술로 전자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컴퓨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CPU)에는 모든 데이터 신호를 연결해 전달하는 트랜지스터(반도체 소자)가 있다. 같은 크기의 면적에 더 많은 수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할수록 고성능·초소형 프로세서를 구현한다. 1971년 출시된 프로세서에는 2300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된 반면, 올해 출시된 프로세서에는 19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됐다.
빛으로 작동하는 컴퓨터 개발 눈앞
미래형 초정밀 반도체는 초소형 광 컴퓨터도 가능케 한다. 컴퓨터는 원래 반도체 소자로 전자의 흐름을 제어해 신호를 주고받으며 계산을 수행한다. 그런데 전자 대신 빛을 사용하면 계산 속도가 더 빨라지고, 불필요한 열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에너지 효율이 좋은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고려대 물리학과 박홍규 교수는 “전자는 이동 속도가 느릴 뿐만 아니라 요즘처럼 작은 크기의 반도체 소자에서는 열이 많이 발생한다”며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해 컴퓨터 크기를 더 작게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박홍규 교수의 연구팀은 2013년 상온에서 전기로 구동하는 나노레이저를 개발해 광 컴퓨터 상용화의 길을 열었다. 컴퓨터는 CPU, RAM, 하드디스크 같은 소자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데 광 컴퓨터에도 이처럼 빛을 발생시키고, 전달하고, 저장하는 다양한 광소자가 필요하다. 이 광소자들을 서로 연결해 ‘광집적회로’를 만드는 게 광 컴퓨터 개발의 초석이다. 박 교수팀의 연구 덕에 빛을 발생하는 광원 부분을 초소형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 연구진은 원하는 빛을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광소자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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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그래픽=최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