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강원도 영월군 북면 연덕2리. 6600㎡ 밭에 수수를 심은 김보군(68) 이장은 말라버린 잎을 멍하니 바라봤다. 30㎝ 크기의 모종은 시들어 키가 줄었다. 2㎞가량 떨어진 곳의 관정 물도 말라 1주일째 물을 주지 못했다. 북면 주민들은 이날 접산에서 기우제를 지냈다.
강원도 밭 30% 씨도 못 뿌려
충북선 마늘?옥수수 피해 심각
군?경찰 장비 동원 물 공수 작전
국내 최대 고랭지 채소단지인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 농민들은 물이 없어 배추 묘를 심지 못하고 있다. 농민들은 해마다 6월 중순까지 어린 배추를 심어 8~9월에 출하해 왔다. 강원도 내 밭 3만2500여㏊ 중 30%는 가뭄으로 아직 파종을 못했다. 또 385㏊의 논은 바닥이 갈라져 모가 말라 죽을 상황이다.
속초시는 17일부터 설악동 등 일부를 제외한 지역에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물 공급을 중단한다. 인구의 98%인 8만500여 명(3만1600가구)이 급수를 제한받는다. 속초시가 물 공급을 제한한 것은 2006년 이후 9년 만이다.
16일 현재 소양강댐 수위는 152.33m이다. 역대 최저치인 1978년 6월 24일의 151.93m와 불과 40㎝ 차이다. 소양강댐은 요즘 하루에 17㎝씩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
충북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충주·제천·단양 등 북부 지역은 마늘·옥수수·고추·담배 등 피해가 심각하다. 충주시 중앙탑면 형천마을에서 옥수수 농사를 짓는 김주운(53) 이장은 “보통 6월 말이면 출하를 하는데 가뭄으로 옥수수가 자라지 않아 다음달에도 어려울 것 같다”며 “밭에 물을 뿌려도 워낙 가물어 효과가 없다”고 했다.
피해가 속출하자 지자체와 군·경찰 등이 나섰다. 강원경찰청은 최근 전국 지방 경찰청이 보유한 물 보급차 12대를 지원받아 정선·영월·평창 등 3개 지역에 보냈다. 시위 진압용 살수차는 4.5t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충북의 공군19전투비행단과 육군 37사단은 각각 살수차 3대와 급수차 등을 동원해 충주시 엄정면 등 농경지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단양군은 지난 5일 ‘단비 기동대’를 조직했다. 군청과 개인 소유의 트럭 24대가 물통을 싣고 주로 여성 농업인의 농경지에 물을 뿌려준다. 단비 기동대에는 성신양회 등 지역 기업도 동참했다. 지금까지 36㏊ 농지에 1214t의 용수를 공급했다.
충북도는 20억원을 들여 개천을 파 샘을 찾고 관정을 뚫고 있다. 또 마을별로 양수기 구입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충북 지역의 올해 누적 강수량은 216.7㎜로 예년의 69% 수준이다.
충남 지역도 모내기가 늦어지고 파종 시기를 놓치고 있다. 태안군 원북·이원면 일부 간척지는 벼가 말라 죽는 염해(鹽害)가 발생했다. 충남도 내 저수율은 61%로 태안군이 35%로 가장 낮다. 강원지방기상청 정장근 예보관은 “가뭄 해갈에 도움이 될 만한 비는 당분간 내리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진호·최종권·박진호 기자 choigo@joongang.co.kr